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989년 설립한 휴맥스의 전신은 건인(建人)시스템이다. 사람을 세우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1998년부터 쓰기 시작한 휴맥스라는 이름 역시 사람(Human)을 극대화(Maximise)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직원의 성장과 행복을 최고 가치로 두는 변 의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이 같은 변 의장의 철학은 휴맥스가 국내 1위의 셋톱박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자양분이 됐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문화 아래 한데 뭉친 임직원들은 휴맥스를 연 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휴맥스는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2010년 자동차 전장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설정했다. 차량용 오디오, A/V시스템, 네비게이션 등 '카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토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미래 먹거리 발굴의 현 주소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7~8년이 지난 현재 가시적인 성과로 내세울만한 결과물이 딱히 없다. 2012년 인수한 전장 계열사 대우아이에스(휴맥스오토모티브)는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다가 지난달 휴맥스에 합병됐다. 최근 잇달아 경영권을 인수한 위너콤(차량용 안테나), 디지파츠(카 셰어링)는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징검다리의 성격이 강하다. 핵심은 아니다.
지금의 휴맥스를 만든 기업 문화가 카 인포테인먼트에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안정을 우선으로 두는 조직 문화는 필연적으로 혁신의 저하를 유발한다. 그간 성과에 안주한 휴맥스가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신사업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의 인력들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이들은 과거 생소했던 셋톱박스를 주력 사업으로 안착시킨 주역들이다. 다만 카 인포테인먼트가 셋톱박스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근의 전장 제품들은 차량의 기기들과 연동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자체적인 컴퓨팅 기능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자율 주행차 시대의 도래는 한층 진화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셋톱박스 하드웨어에 길들여진 방식으로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휴맥스가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카 인포테인먼트는 성장의 기로에 있다. 획기적인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삼성이 인텔, 퀀텀 출신의 손영권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하만(Harman)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것도 눈여겨볼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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