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 셋톱박스 경쟁력 약화 '적자 부메랑' 금융위기 후 첫 290억 순손실, 고비용 구조 개선 과제
강철 기자공개 2018-02-21 08:06:05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0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대규 네이버 의장이 설립한 기업으로 잘 알려진 휴맥스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주력 제품인 셋톱박스(settop box)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게 수익성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휴맥스는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217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조3505억원 대비 약 20% 증가했다. 창업주인 변대규 의장이 1989년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설립한 이래 최대치다.
북미, 유럽 등 주요 거점에서 셋톱박스 판매량 증대가 매출로 이어졌다. 특히 차터(Charter)향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북미 지역에서의 신장이 두드러졌다. 차터는 'Charter iTV'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형 케이블 사업자다. 차터 덕분에 북미는 전체 셋톱박스 매출액의 40%(5718억원)를 책임졌다.
역대 최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급감했다. 201억원을 기록한 2016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휴맥스의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2010년 이후 100억원 이하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2%선을 유지하던 영업이익률도 0.4%로 하락했다.
주요 원재료인 메모리(DRAM)의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7년 1월 2.7달러 수준이던 DRAM의 평균 거래가는 1년 사이 3.8달러로 올랐다. 글로벌 공급 감소가 DRAM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급등한 DRAM 가격은 고스란히 휴맥스의 구매비에 반영됐다. 2016년 약 970억원이던 메모리 구매 비용은 2017년 15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에서 메모리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7.2%에서 9.2%로 올랐다. 이로 인해 매출이 늘어날수록 손익은 오히려 나빠지는 악순환의 손익 구조가 고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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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관계자는 "DRAM 가격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셋톱박스, 게이트웨이 사업에서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차량용 전장, 인공지능 스피커 등의 신사업이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속된 원화 강세는 순손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6년 평균 1161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017년 1131원으로 떨어졌다. 유로(EUR), 영국 파운드(GBP)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5%에 달하는 휴맥스에게 매우 불리한 환율 흐름이다.
이로 인해 2017년 3분기 누적으로 외환차손 304억원, 외화환산손실 113억원이 발생했다. 영업권, 회원권 등 무형자산을 감액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손실이 났다. 그 결과 지난해 2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휴맥스가 순손실을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수익성 저하는 재무 안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감소한 탓에 2016년 말 1877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2017년 말 1081억원으로 감소했다. 휴맥스는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단기 차입을 늘렸다. 2012년 이후 5년만에 전환사채(200억원)를 발행하기도 했다. 차입 외에 매출채권 유동화 규모도 늘렸다. 지난해 금융권에 할인 양도한 수출채권만 약 1500억~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2016년 말 4739억원이던 유동부채는 2017년 말 725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66%에서 128%로 떨어졌다. 이상적인 수치로 통용되는 200%를 크게 하회한다. 116%였던 부채비율은 166%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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