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에게 지주사 전환은 '독립 선언'과 같다. 사촌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선을 긋고 스스로 책임지는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실제 지주사 체제가 구축되면 SK그룹과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독립 경영 첫발을 내딛는 만큼 행보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자기주식 처분이 대표적이다. 최 부회장은 여느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기업분할을 지주사 전환 매개체로 삼았다. 기업 분할 방식은 자사주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경우, 오너 일가는 사재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 구조를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 부회장과 SK케미칼은 기업 분할 형식만 취했을 뿐 분할 전 자사주를 모두 처분했다. 자사주 마법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논란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조치였다. 묵직한 정공법은 시장에 큰 울림을 줬다.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지주사 SK디스커버리를 추가 고발했다. 앞서 같은 이유로 SK케미칼을 고발했던 공정위는 뒤늦게 기업 분할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가 '명백한 오류'였다고 밝혔지만 정작 당사자인 SK케미칼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연일 가습기 살균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기업 본질 가치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심지어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론까지 떠안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주사 후속 조치로 SK케미칼 주식을 공개 매수해야 한다. SK케미칼 주당 가격은 11만 701원으로 이미 정해졌다. 향후 주가가 요동치더라도 이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따라서 주가 등락폭이 커질수록 각종 돌발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 보호 무역주의 강화와 추가 고발 리스크 탓에 SK케미칼 주가는 10만 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단순 아비트라지(차익거래)를 노리는 기관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최 부회장과 SK케미칼이 꺼내야할 카드는 다시 정공법 뿐이다. 이미 SK케미칼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가습기 리스크를 소상히 밝혔다. 숨길 것도, 더할 것도 없다. 리스크 관리와 주주 보호의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책임과 신뢰가 한 몸이라는 것을 그룹 수장인 최 부회장이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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