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고 판단,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은 수출입은행이 수조원의 혈세를 지원했음에도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신속한 자구안과 전략마련이 아쉽다고 한다.맞는 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관리 능력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0년 전 성동조선과 통화선도계약을 체결한 은행들은 과연 책임해서 자유로운가.
성동조선은 2009년 기준 재무제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사는 외화선수금 입금, 외화차입금 상환시에 발생할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회피를 목적으로 우리은행 외 7개 은행과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파생상품의 예측하지 못한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의해 거액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함'
금융위기 당시 많은 한국기업을 도산위험에 빠뜨린 키코(Knock In-Knock Out·KIKO)다. 당시 계약잔액이 남아있던 은행은 국민은행과 대구은행, 신한은행, 씨티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제일은행, 하나은행이다. 전년대비 부채가 1조4797억원이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망가졌다. 정확한 파생상품관련 손실은 손익계산서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언론에서는 1조5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이 났다고 보도했다. 전년대비 2009년에 추가된 통화선도관련 부채만 8360억원이었다.
성동조선은 2007년 매출이 5699억원, 영업이익이 254억원, 2008년 매출이1조9억원, 영업이익 1662억원 나던 곳이다. 수주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사세를 확장하던 중이었다. 이런 회사에 1조원대의 손실이 생기면 회복불능으로 망가질 수 밖에 없다. 회사는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꾸준히 적자를 내다 워크아웃 졸업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이 계속해서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조선업황의 침체를 꼽는다. 물론 경기가 좋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손실을 낸 회사도 법정관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성동조선의 매출추이를 살펴보면 자율협약 상태였다 해도 수주실력이 업계에 크게 뒤지지는 않았었던 듯 싶다. 결국 자금관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키코가 촉발시킨 유동성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10년 전 선박수주를 위해 RG 발급이 급했던 중소형 조선사들은 은행과 KIKO를 체결했다. 성동조선도 마찬가지였다. KIKO 계약이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경솔했던 건 확실하다. 재무건정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은행도 무작정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당시 어떤 이유에서든 KIKO를 팔았던 은행들이 지원을 포기함으로써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일말의 책임의식은 느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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