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유료자문사 되기까지 [thebell interview]이재욱 플레인바닐라 투자자문 대표
이충희 기자공개 2018-04-05 10:59: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3일 1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7월 금융투자업계 10여명 필진이 모여 출범한 네이버 블로그, '플레인바닐라(plain vanilla)'. 금융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필진들이 혜안을 담은 글을 써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더해갔던 곳이다.플레인바닐라는 지난해 투자자문업(FA)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정식 영업에 나섰는데, 지금은 1200명 유료 고객을 보유한 제법 덩치 큰 자문사가 됐다. 4년차를 맞은 네이버 블로그 이웃 숫자는 어느덧 2만명에 육박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플레인바닐라'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갔다.
◇'집단지성 표방' 전문가 10여명 모여 블로그 출범
이재욱 플레인바닐라 대표(사진)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보자는 갈망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당시 표방한 것은 집단지성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지혜가 발휘된다고 믿었는데 여기에 뜻이 맞는 분들이 모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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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필명 '플레인바닐라'의 주인공 이 대표는 회사 창업 전까지 NH투자증권 상품기획 담당자였다. ELS 등 여러 금융상품들을 만들고 기획했던 인물이다. 이 대표 이외에 △코뿔소(메자닌) △소금장수(연금 및 펀드) △코알라(ELS) △두더지(해외기업) △토토로(이머징 마켓) △팅커베어(해외채권) △투자의뼈(현물자산) △루크(기업분석) △쓰나미(헤지펀드) △람다(공모주) 등 업계 전문가 필진 10여명이 모였다.
블로그에 글만 쓰던 플레인바닐라가 FA 라이선스를 받고 정식 자문사가 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단순히 글을 써서 의견 전달하기 보다는 가입자를 받아 직접 투자 자문을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연간 4만원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은 유료로 서비스 해야 제대로 된 자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었다고.
플레인바닐라가 책정한 연간 수수료는 4만원이다. 1200명에게 4만원씩 자문료를 받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회사의 연간 수입은 5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증권사 계좌와 연계한 사모펀드 판매 등 각종 수수료수입을 더해도 손익분기점(BEP) 달성에는 한참 모자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플레인바닐라를 함께 만든 필진들은 회사가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먼저 플랫폼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BEP를 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영업을 확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FA 요건을 유지하려면 자본금 1억원 이상은 계속 맞춰야 한다"면서 "주주들로부터 증자를 받기 보다는 돈을 벌어 자본요건을 맞추는 게 맞다. 일정 수준 이상은 자문 고객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삼성증권을 필두로 펀드온라인코리아, 키움증권 등 회사들과 연금계좌용 펀드 판매 수수료를 공유하기로 해 수익은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망 지역은 아시아…환오픈 투자가 유리"
플레인바닐라가 현재 집중 제공하는 자문 서비스는 연금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대표는 "플레인바닐라는 중장기 성과를 보고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 때문에 주로 개인연금 계좌에 자문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에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할 것으로 보는 투자 지역은 아시아를 꼽았다. 현재 유료 자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계해주는 자문 포트폴리오에도 대부분 아시아 국가 펀드가 편입돼 있다. 아시아는 성장성이 여전히 가장 높은 지역이고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 장기 투자하는 연금 계좌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 자문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국가는 일본, 중국, 인도, 아시아, 러시아 등"이라며 "이미 증시가 많이 올라왔다고 판단한 미국은 지난해 포트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일본은 기업 실적이 계속해서 좋을 것으로 보고 있어 추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플레인바닐라의 연금 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오픈형 펀드를 담는다. 경제에 충격이 전해지고 증시도 동반 하락하면 해당 국가 환율이 상승하게 돼 자연스레 위험이 상쇄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 충격이 오면 환율은 거꾸로 가는 것이 보통"이라며 "연금 같은 장기 상품은 환을 오픈해서 투자하는 것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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