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대상 글로비스 빠져, 빗나간 시나리오에 몽니 [엘리엇 재상륙]기아차 주주로서 불만 토로한 듯…"모비스 교환 프리미엄 요구할 수도"
민경문 기자공개 2018-04-06 15:10:4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4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말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말 그대로 '깜짝카드'였다. 당초 유력시 됐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방식을 비켜가는 시나리오였다. 이는 3년 전 삼성그룹을 뒤흔들었던 행동주의 펀드(엘리엇)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엘리엇의 현대차 계열사 지분의 매입 현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주식을 10억 달러 이상 사들였다고 했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는 빠져있다. 최근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이후에 3사 지분을 샀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지분율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외형만 보면 지주사 시나리오에 맞춰져 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사업 및 투자회사로 분할 이후 투자회사간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것처럼 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해서 순환출자를 끊는 건 엘리엇이 예상못한 전략이었을 수 있다.
실제 개편안 공개 직후 기아차 등 일부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면서 엘리엇의 불안감이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비스 주가 등이 크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엘리엇으로선 바뀐 시나리오에 대한 불만 노출과 함께 현 시점에서 엑시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공문을 통해 "구조조정 계획은 환영하지만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특히 기아차 주주로서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가진 최대주주다. 하지만 해당 지분은 향후 주식 스왑을 통해 정몽구·정의선 부자 쪽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정 부자의 합병 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하는 형태다. 정 부자 입장에서는 교환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 글로비스 주가를 올리고 현대모비스(존속법인) 주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 물론 엘리엇으로선 정반대다. 최대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비싸게 교환해야만 기아차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기아차로선 주식교환 이후 합병 글로비스의 최대주주가 되겠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후 최하단에 위치할 회사 지분을 갖는 것이 탐탁치 않을 것"이라며 "엘리엇은 교환 비율이 정해지기 전에 현재 모비스에 대한 기아차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합병 글로비스의 경우 모비스의 핵심 사업 인수로 비즈니스 가치는 커질 수 있겠지만 현대차그룹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모비스와 동등 비교는 어려울 것"이라며 "엘리엇으로선 주식 교환까지 기아차 또는 모비스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 등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측이 엘리엇의 요구에 딱히 대응할 만한 부분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할과 합병까지 넉 달이 남았고 정 회장 부자와 기아차 간 주식스왑 거래는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이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가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계열사에 유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섣불리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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