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11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취임 후 3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9일 손 행장이 주가 부양 및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임원들도 동참했다.은행장의 자사주 매입이 드문 일은 아니다. 최근 은행주 약세가 지속되면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침체된 금융시장에 환기를 시키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손 행장의 자사주 매입이 다른 CEO들보다 조금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수년간 이어진 역대 우리은행장의 주가부양에 대한 간절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장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모두 우리은행 주가를 올리고 직접 해외 IR에 나서려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보다 직접적인 언행을 통해 주가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편이었다. 이 전 행장은 평소 공식행사나 중요한 날에는 빨간색 계통의 넥타이를 맸는데, 주가부양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행장이 빨간 넥타이를 맨 날에는 주가를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빈번하게 나왔다.
반면 손 행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외부행사에서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편은 아닌 듯 하다. 아무래도 꼼꼼하고 과묵한 그의 성향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손 행장도 취임식날이나 주요 행사가 있을 때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선배이자 전임 행장이었던 이 전 행장이 즐겨맨 빨간 넥타이를 함으로써 그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우리은행 수장들이 적극적으로 주가부양에 나서는건 결국 우리은행 최대 과제인 지주사 전환으로 귀결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공격적인 영업력을 보여주는 우리은행이지만 금융지주체제를 갖춘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그 성장 확대와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4년간 신한금융,하나금융, KB금융지주는 4만원~6만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지주사가 아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아무리 고점이 높아져도 같은 기간 1만원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지주사 전환 문제는 은행 자체의 결정보다는 정부와 공적자금위원회에 달려있다보니 우리은행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다소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작년 초 민영화 1기에 성공했지만 이후 잔여지분 매각이나 지주사 전환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않았다. 얼마전에 공자위원장을 다시 뽑으면서 전반적인 작업도 지지부진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손 행장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은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와 주가상승 염원을 강하게 담고있는 메시지로 보인다. 손 행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2018년은 지주사 전환의 최적기"라고 밝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거푸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또한 다음달 홍콩과 싱가폴을 방문해 직접 IR을 나갈 계획도 있다. 꾸준히 이어 온 역대 우리은행장의 주가부양 시그널에 시장이 어떻게 화답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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