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24일 09: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벤처펀드로 뭉칫돈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모인 자금은 1조3195억원에 달한다. 영업일 기준 10일만에 유입된 규모다. 총 56개 운용사가 106개 펀드를 내놨다. 일부 펀드는 이미 소프트클로징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2조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최근 만난 증권사 PB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코스닥벤처펀드로 급격하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과열'에 가깝다는 시각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자금이 몰릴 줄을 예상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더욱이 이 펀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과 이보다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한 상품인지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열기를 띄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얘기였지만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이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코스닥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당장은 주가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자금이 유출될 경우 이와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볼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에서 3년간 장기 투자시 300만원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고액자산가들에게 세제혜택은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가 아니라는게 그의 분석이다. 투자한 자산가들이 언제든지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였다.
이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이미 메자닌채권을 확보하려는 운용사들의 경쟁으로 발행사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한 코스닥벤처기업의 메자닌채권 금리나 리픽싱 조건이 투자자에게 다소 불리해 질 가능성이 크다. 또 부족한 메자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발행시장에서 소외됐던 기업들의 메자닌채권도 투자대상으로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앞선 PB는 이같은 우려에도 판매를 독려하라는 내부방침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분위기라 증권사들도 코스닥벤처펀드 판매에 한창 힘을 싣고 있다. 그도 완전히 판매를 접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기자와 만나기 직전까지도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한 자산운용사의 프레젠테이션(PT) 자리가 있었다고 했다.
물론 이같은 PB의 고민이 시장 전체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과열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또 결국 투자로 발생하는 손해와 이익은 당사자인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인위적으로 고객들의 선택권을 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싹트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상황을 한번 곱씹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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