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과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 의욕과 실력부문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아 국민연금의 세컨더리 펀드 운용시도의 첫 타자가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국내 사모 투자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KB증권-스톤브릿지캐피탈 등 두 곳을 선정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동양창투 출신인력들이 성공적으로 벤처 부문에서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했던 경험을 내세운 데다 양기석 대표가 직접 이번 펀드의 핵심운용역으로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하면서 출자권을 따냈다.

KB증권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세컨더리 펀드 운용 경험은 없지만 그간의 증명된 투자실력과 운용업력, 기관의 지원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KB증권이 사모투자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점은 꽤 최근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성장투자본부 안에 PE부를 신설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는 등 조직과 제도를 정비했다. 이를 통해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500억원을 약정받기도 했다.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 선정 공고 당시 국민연금은 펀드의 무한책임사원(GP)의 출자비율을 최소 15%로 정했다. 통상 2%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다. KB증권은 300억원을 펀드에 넣기로 했다. 스톤브릿지는 53억원을 출자한다. 국민연금 출자분까지 더해 펀드약정 규모가 2353억원이 되는 셈인데 KB금융지주 계열사가 추가로 출자를 해 펀드 규모가 소폭 커질 수도 있다. 그만큼 그룹차원에서도 KB증권의 PE사업 강화를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KB증권의 의욕과 더불어 스톤브릿지의 펀드 운용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PE운용사, 창업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기존의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기업의 구주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원활한 딜소싱이 펀드 운용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KB증권이 보유한 기업금융 커버리지 강점에 더해, 스톤브릿지의 운용역들이 오랜 기간 사모투자 시장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투자실력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낙점을 받은 배경이다.

스톤브릿지는 2008년 김지훈 대표가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할하며 설립했다. 지난해 6월 벤처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별도로 설립, PE와 VC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스톤브릿지가 PE, 스톤브릿지벤처스가 VC를 맡고 있다는 얘기다.

스톤브릿지는 현재까지 세 개의 펀드를 청산했는데 내부수익률(IRR)이 평균 11%를 넘는 우수한 투자 실력을 보였다. 청산한 펀드의 규모는 약 600억원이다. 일례로 2009년 수입자동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점에 클라쎄오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2014년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며 IRR 12%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톤브릿지는 현재 총 1조2115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 다섯 개를 운용 중이다. 구체적인 펀드명은 △2012년 결성해 신한대체운용과 공동 운용 중인 8181억원 규모의 신한스톤브릿지페트로 △2015년 크레디언파트너스와 공동 결성한 763억원 규모의 스톤브릿지 크레디언 플라즈마 △390억원 규모의 스톤브릿지디지털애드 △FG파트너스와 2016년 공동결성한 1111억원 규모의 스톤브릿지에프지해외인프라제1호 △2017년 하이랜드캐피탈과 공동결성한 1670억원 규모의 스톤브릿지하이랜드헬스케어 등이다.

다섯 개의 펀드 중 스톤브릿지하이랜드헬스케어 펀드는 국민연금이 2015년 1000억원을 출자한 섹터펀드다. 펀드가 청산되지 않았지만 세컨더리와는 투자 분야와 성격이 달라 국민연금으로부터 중복 출자를 받을 수 있었다. 또 1600억원 중 400억~500억원을 투자해 펀드 소진율을 우려할 상황도 아니었다.

이번 세컨더리 펀드는 국민연금의 첫 시도로 의미가 깊다. 국내 사모펀드 청산규모는 연 기준 1조7000억~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사모투자 시장 역사가 10여 년을 넘기면서 PE 간 거래나 차환 발행 등을 감안했을 때 매년 청산규모의 10% 수준의 세컨더리 물량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게 국민연금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