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5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30조원까지 불어난 국민의 노후자금 '국민연금'. 이 기금의 운용 최고책임자(CIO) 자리가 근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방치돼 있어 우려스럽다. 책임자 없는 와중에 과연 운용상의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유보되는 투자 기회의 손실은 훗날 누가 책임질건지, 연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답답함 뿐이다.연금은 이미 지난 4월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국장 등 3명을 기금이사 최종후보로 올렸지만, 검증절차 중이란 미명하에 2개월째 시간만 보내고 있다.
기금이사 인선 절차가 길어지면서 갖가지 억측만 난무한다. 정치인 이력의 이사장이 새로 오면서 기금 운용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라던가, 현 정부의 구미에 맞는 코드인사를 찾지 못해서란 얘기도 나온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녀 이중국적 문제와 같은 하자들이 발견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고민스러워 한단 소리도 들리는데, 자녀 이중국적이 기금이사의 책무 수행과 무슨 연관이 된다는건지 모르겠다.
사연이야 어떻든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금이사 자리를 이처럼 오래 공석으로 두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7월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은 기업의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게 된다. 개별 기업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이벤트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국민연금의 운용 책임자가 없어서는 안될 시점이다.
더군다나 최근 글로벌 자산 시장의 여건 변화에 따라 기금 운용상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리고 있고, 유로존도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세계가 일제히 긴축 기조로 선회하면서 제법 오랜기간 즐겼던 유동성 파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변곡점에선 으레 위기 아니면 기회가 찾아들기 마련이다. 변화의 시점에 시의적절하고 능동적인 대응을 한다면 기회를 맞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되레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자산 운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셈이다.
근 1년에 달하는 지리한 기금이사 인선 절차는 후보에 오른 당사자 개인들에게도 적잖은 민폐를 끼치는 일이기도 하다. 자본시장 종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연금 기금이사가 경제적으론 그다지 메리트 있는 자리도 아니다. 더군다나 근무지가 서울이 아닌 지방이어서 상대적으로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닐게다. 사명감 없이는 쉽지 않은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런 선의로 자원한 인사들을 다른 좋은 기회로 눈 돌릴 수 없게 1년이란 긴 시간동안이나 묶어둔다면 개인에게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조직도 당사자 개인에게도 가부에 대한 결정이 시급하다는데 언제까지 재고만 있을텐가. 신중함도 어지간해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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