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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조업, '3차·4차 산업' 파고에 휩쓸리다 [베트남 현지 투자 세미나]'인건비·도심개발'로 외곽 이전 압박, 규제 피해 업종 전환 모색도

호찌민(베트남)=길진홍 기자 정강훈 기자 공개 2018-07-02 11:03:02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8일 12: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음 사이로 접착제에서 묻어나는 특유의 화약 성분 냄새가 코 끝을 순간 휘감는다. 덜컥덜컥 신발이 재단되고 한컨에선 재봉이 한창이다. 주변에서는 품질 검사를 받는 신발들이 줄을 길다랗게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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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차로 30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성현비나에서는 5000여명의 젊은 여공들이 쉴새없이 움직였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재단과 재봉 등이 수작업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금새 앙증맞은 크기의 아동화부터 기능성 신발까지 눈에 제법 익은 디자인의 신발들이 수북이 쌓였다. 현장을 둘러 본 이강근 수림창투 전무는 "마치 1980년대까지 번창한 부산의 신발공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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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비나 베트남 빈증성 공장 내부>

호찌민 인근 빈증성에 위치한 성현비나의 공장은 글로벌 제조업체 생산기지인 베트남에서 상당히 큰 규모로 꼽힌다. 호찌민은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 인프라를 갖춰 많은 제조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업체들이 베트남 진출을 타진 중이다.

성현비나는 국내 기업 중 베트남 진출 1세대로 볼 수 있다. 모그룹인 성현그룹은 1993년 부산의 무역회사로 첫 발을 내딛었으며 19년 전에 베트남 신발 제조업체인 성현비나를 설립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사업을 대규모로 확장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성현 성현비나 부사장은 "이미 오래 전 베트남에 진출에 정부 규제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베트남은 노동법, 환경규제 등이 한국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신규 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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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제조 과정을 설명 중인 이성현 성현비나 부사장(사진 가운데)>


성현비나는 신발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사개발생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연간 1000만족을 제조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 직원 수는 1만명에 육박한다. 글로벌 브랜드 13개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노스페이스', 'GEOX', 'uvex' 등이 주요 거래처다.

성현비나의 베트남 공장은 전세계에서 고어텍스 신발을 가장 많이 제조하는 공장 중 하나다. 자체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단순 OEM을 넘어 직접 제품 개발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신발 제조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인력 수급과 인건비가 가장 중요하다. 성현비나도 인력 교체가 잦아 전체 직원 5000여명 중 1000여명을 매년 신규 채용하고 있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젊은 인력이 많아 수급이 아직은 수월한 편이다.

다만 연평균 약 7.5%에 달하는 임금 상승은 부담이 되고 있다. 호찌민 외곽으로 갈수록 임금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제조업체들이 주변으로 조금씩 이전하는 추세다.

덩달아 베트남 전통 제조업 분야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2차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3차·4차 산업으로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20~30대의 젊은 세대의 인구 비중이 크고 교육열이 높아 새로운 업무에 대한 습득 속도가 빠른 편이다. 베트남에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있어 산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현장을 둘러 본 신용수 SBI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최근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전한 제조업체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며 "기업 진출과 투자 측면에서 베트남에 변화 흐름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현비나도 신발 제조업을 주업으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찾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십수년간 쌓은 사업 노하우와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는 사업이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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