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유지공업, 계열분리 or 지주사 울타리 편입? [백화점 경영진단⑤]형제간 '다자 경영체제' 유지…조직개편 이후 '2라운드' 행보 주목
노아름 기자공개 2018-07-06 07:56:01
[편집자주]
물건과 공간을 파는 백화점은 쇼핑의 전통을 다지고 유통의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소비심리 탄력성이 큰 업황 특성상 백화점의 시장 규모는 수년째 20조원 대를 맴돌고 있다. 어느새 기대도 우려도 없는 상황에 놓인 백화점은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최근 수년 사이 백화점의 사업구조 변화를 짚어보고 신사업 추진 현황, 성장동력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3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3남1녀는 각각 경영일선에 나서 '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필두로 차남 채동석 부회장 및 삼남 채승석 사장, 그리고 장녀 채은정 부사장과 배우자 안용찬 부회장 등 오너 2세 경영인의 활발한 사업행보가 현재의 애경그룹을 유지시켰다는 평가다.오너 각자의 영역을 공고히하며 순항해오던 애경그룹에 계열분리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다. 지난해 7월 단행한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인간 주력 사업영역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마친 애경그룹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거쳐 현재의 유통·부동산·화학·생활·항공 등 각 부문을 오너 개개인이 진두지휘하는 형태로의 변화를 꾀했다.
기존에는 유통부동산(당시 부문장 채동석 부회장), 화학(당시 부문장 부재), 생활항공(당시 부문장 안용찬 부회장) 등 세개 부문을 각각의 부회장이 이끄는 '다자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앞서 장 회장이 힘을 실었던 화학부문의 경우 별도의 부문장을 두지 않았지만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3개 부문을 전반적으로 통합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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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기점으로 유통채널·부동산·생활·항공 등을 세분화한 애경그룹은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애경산업 각자대표에는 채동석 부회장이 제주항공 각자대표에는 안용찬 부회장이 각각 자리했다.
일련의 개편에 따라 자연스레 백화점(애경유지공업·AK S&D 등) 및 화학(애경유화·애경화학 등)은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생활부문(애경산업 등)은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나눠 운영해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형태를 띄게 됐다. 이외에 골프장(애경개발)과 항공업(제주항공)은 각각 삼남과 장녀 부부의 경영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채 총괄부회장의 영향력 및 가족회사 애경유지공업의 향방이다. 지분 100%를 오너일가가 나눠 들고 있는 애경유지공업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AK홀딩스 및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이 AK홀딩스 지분 10.37%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오히려 애경유지공업에 대한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AKIS(60%), 애경개발(31.47%), 애경산업(23.42%), 제주항공(1.74%) 등 계열사 지분 소유를 통해 애경유지공업은 지분 구조상 사업부문을 모두 아루르는 위치에 있다.
채 총괄부회장이 애경유지공업의 지분 과반(50.32%)을 확보한 최대주주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유통 주력계열사 애경유지공업의 지주회사 편입 가능성 혹은 채 총괄부회장이 애경유지공업을 통해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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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애경그룹이 오너일가의 지주사 재편을 통해 1차적으로 지배구조의 큰 그림을 완성한 데 따른 분석이다. 애경유지공업을 AK홀딩스 산하로 편제하는 등 조직개편 '2라운드'에 돌입하면 사업부문별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주사 및 오너일가의 영향력 아래 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경그룹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지배력을 차근차근 늘려왔다. 애경그룹은 2012년 9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애경유화를 지주사 AK홀딩스와 사업회사 애경유화로 분할했다.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일가는 AK홀딩스 지배력을 높였다. 현물출자 대가로 발행된 AK홀딩스 신주를 오너일가가 매집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택했다.
앞서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부인 장영신 회장이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나선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였다는 진단이다. 차후 오너 3세로의 승계가 진행된다면 그에 선행되는 사업부문 재편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장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AK홀딩스 주식 10만주(0.75%)를 오너 3세 7명에 나눠 증여한 바 있다. 다만 채 총괄부회장의 장남 채정균 씨가 1994년생으로 20대 중반인 점과 경영수업에 나서기 이전인 상황 등을 감안하면 근시일 내 경영상의 급격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장 회장은 그룹사 운영 전권을 채 총괄부회장에게 맡긴 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향후 지주사 보유지분(7.43%)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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