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지역', 차입형 신탁 리스크 현실화 [금융위기 10년, 기로에 선 건설사]④한국자산신탁(4721가구)·한국토지신탁(2302가구)·대한토지신탁(964가구) 등 미분양 골머리
이명관 기자공개 2018-07-30 07:45:00
[편집자주]
201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지난 2008년 건설업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분양 가구 수가 10만을 넘어서며 건설사별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최근 들어 다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건설사들은 10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더벨은 지난 10년간 건설사들의 진화 과정,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6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디벨로퍼(시행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 구조상 사업주체인 시행사가 미분양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크다. 대부분의 주택개발 사업은 시행사가 외부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다. 차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금융비용 부담도 높다. 때문에 분양대금이 적기에 들어오지 않으면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시행사들 중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를 넘은 곳만 무려 11곳에 달한다. 이들의 미분양 물량은 2만 4282가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국자산신탁이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주택과 한국토지신탁, SM그룹 등이 뒤를 이었다.
◇차입형 신탁, 미분양 '경고등'
2014년 이후 부동산신탁사는 주택경기 호황과 함께 화려한 시절을 구가했다. 그 중심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이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신탁사가 자금조달부터 사업 추진 등 전반적인 사업을 전담하는 구조다. 그만큼 신탁사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크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신탁사들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편승해 공격적으로 차입형 신탁사업을 펼쳤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등이 대표주로 나섰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대부분의 사업은 결실을 맺었다. 역대 최고실적을 경신하는 등 이 수혜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차입형 신탁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분양 가구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리스크가 가장 크게 와닿는 곳은 한국자산신탁이다. 총 19개 사업장에서 4721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시행사들 중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분양 사업장이 위치한 곳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평택, 강원도 원주와 동해, 경남 사천, 양산 등에 몰렸다. 사업장 중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발생한 곳은 '서산 금호어울림 에듀퍼스트'다. 전체 725가구 중 20가구만 분양됐고, 705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한국자산신탁과 함께 차입형 신탁사업을 활발히 펼친 한국토지신탁도 미분양 물량이 상당한 수준을 나타냈다. 12개 사업장에서 총 2302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사업 시행사 중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가 된 사업장은 경기도 안성, 경남 거제, 경북 포항, 충남 서산 등 한국자산신탁과 마찬가지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 위치했다. 미분양 사업장의 평균 미분양률은 36%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자산신탁의 46%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대한토지신탁도 1000가구에 육박하는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4개 사업장에서 964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외 코람코자산신탁 606가구(17위), 하나자산신탁 382가구(30위), 코리아신탁 355가구(31위), KB부동산신탁 296가구(37위), 무궁화신탁 268가구(38위)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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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SM그룹·호반·시티 등 중견사 상위권
신탁사를 제외하고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부영주택이 차지했다. 부영주택은 자체 사업인 '마산월영동 부영아파트' 단 1곳의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전체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4298가구 중 분양물량은 67가구로 1%대 분양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물량은 4231가구에 달했다.
부영주택의 뒤를 이어 SM그룹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4곳 사업장에서 1735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SM그룹은 우방, 대한해운, SM상선 등을 내세워 자체사업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사업 규모가 가장 컸던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는 총 970가구 중 789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천안역사 동아 라이크 텐과 안성 공도 우방아이유쉘에서도 각각 552가구, 361가구의 미분양을 기록했다.
이외에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주택사업자 중 눈에 띄는 곳은 호반, 시티건설 등이 있다. 호반은 미분양 물량 1726가구로 6위, 시티는 1725가구로 7위를 각각 기록했다. 호반은 구미 국가산업확장단지 26블럭 호반베르디움에서 1558가구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상위권에 자리했다.
시티건설은 5개 사업장에 고르게 300~400가구 가량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사업장은 충남 당진시 1곳, 충남 보령시 1곳, 충북 청주시 2곳, 경남 김해시 1곳 등이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자체사업으로 시티건설 계열 시행사가 사업 주체로 나섰다. 시티개발, 시티씨앤씨, 아이시티건설, 시티이앤지 등이다.
대방건설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에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 브랜드 '노블랜드'로 알려진 대방건설은 미분양 관리지역인 화성시 3곳, 전주시 1곳 등 4곳에서 767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미분양 관리지역이 아닌 부산 강서구에선 이보다 3배 가량 많은 2417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부산 명지 3차 대방디엠시티'와 '부산 명지 5차 대방디엠시티'로 각각 1210가구, 1207가구가 미분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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