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26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허리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첫 만남이다. 평상시 임원들에게도 항상 감사 인사를 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자리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긴장감이 돌았다.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삼성이 만든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은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을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다. 대통령의 동선은 청와대 경호실과 협의했지만 의전과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대통령 뒤에서 공장을 소개하고 안내를 했다. 독대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곱씹었다.
이 부회장은 앞에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 옆자리에서 사진을 함께 찍는 장면도 없었다.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 부회장은 멀찌감치, 튀지 않게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 부회장은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넥타이를 매고 공식 석상에 오른 것도 오랜 만이다. 세심하게 고르고 골랐다.
푸른색은 삼성의 색깔이다. 푸른색 타원에 'SAMSUNG'이란 글씨는 전세계에 삼성을 알린 로고다.
푸른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색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다. 과거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의 로고는 노란 계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출범과 함께 푸른색 계통의 태극파랑을 로고로 채택했고 선거 운동에선 푸른 점퍼를 입었다.
푸른색은 통합의 상징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푸른색 넥타이 차림을 했다. 당시 청와대는 푸른색이 '시작'을 뜻한다고 했다. 시작, 편안함, 신뢰, 성공, 희망의 의미를 담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청와대도 푸른색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선택했던 것도 푸른색 넥타이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첫 공식 만찬에 푸른 넥타이를 매고 자리를 함께 했다. 공화당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유화 제스쳐를 취할 때 선택했던 것도 푸른색 넥타이였다. 미국 민주당의 상징도 푸른색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삼성과 정부는 평행선을 달렸다. 삼성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한 기업이 한가지 사건으로 10번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당국에선 연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향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대놓고 계열사 주식을 팔라고까지 했다. 심지어 삼성전자에 쌓여 있는 20조원을 나눠주라는 제안까지 나왔다.
삼성증권 공매도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여론 재판으로 번졌다. 조용히 진행될 조사 과정이 외부에 노출됐다. 잘잘못을 가리기도 전에 분식회계, 고의 공매도란 멍에가 덧씌워졌다.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를 이겨 내는 데에 소득주도 성장도 필요하고 혁신성장도 필요하다. 노동의 질도 높여야 하고 새로운 투자도 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의 한쪽 편엔 기업이 있다. 기업과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성도 변하고 있다. 반올림 문제를 해결하고 노조를 인정하고 사회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파격적인 투자도 고민하고 있다.
삼성을 대하는 정치관료의 시선도 바뀔 때가 됐다. 미워도 함께 갈 파트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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