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07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8월 유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소란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고양 스타필드 개장 공식 행사에 나온 정 부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11번가 인수를 검토했으며, 여러가지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가장 당황했던 곳은 SK텔레콤이었다. 당시 자회사 SK플래닛의 이커머스 11번가 자본확충을 추진중이었고,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손을 잡으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매각 의사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태 수습도 SK텔레콤의 몫이었다. 졸지에 자회사 사업부 매각의 당사자가 된 SK텔레콤은 11번가 매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때는 2015년 12월. 이랜드그룹은 하이퍼마켓 킴스클럽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이랜드그룹이 알짜 유통업체인 킴스클럽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유통업체들 뿐만 아니라 해외 재무적투자자까지 입질을 보일만큼 관심은 뜨거웠다.
신세계 역시 유력 원매자로 부각됐던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또 한번 이슈메이커로 등장한다. 이듬해 1월 매각 절차가 한창 진행중인 민감한 시점에 자신의 SNS에 킴스클럽 매장 사진과 함께 "염탐중"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킴스클럽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으로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정작 본입찰에서는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 킴스클럽 M&A는 차갑게 식었다. 후일담으로 당시 이랜드그룹이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언행에 대해 "농락당했다"며 내부적으로 굉장히 언짢은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올해 1월.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사업 확장을 위해 1조원의 대규모 펀딩 계획을 발표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가 투자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거래 상대방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8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사실 빅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신세계의 지난 패턴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세계그룹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딜이 완성되기 전 비밀유지는 필수적이고, 이는 당사자들끼리의 암묵적인 예의이자 불문율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에서는 말이 앞선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신세계가 이번 딜에서는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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