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의미있는 행사를 열었다. 하나은행이 참여하는 모펀드(Fund of Funds) 출범 행사였다. 'KEB하나-KVIC 유니콘 모펀드'로 명명된 이번 펀드는 하나은행이 1000억원을 출자하며 운용은 한국벤처투자가 맡는다. 벤처캐피탈들이 모펀드를 기반으로 약 3000억원의 자펀드를 결성해 투자에 나서게 된다.한국벤처투자는 업계에서 통칭 모태펀드로 통한다. 엄밀히 말하면 모태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펀드 중 하나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모태펀드 외에 일자리창출펀드, 엔젤모펀드 등 6개의 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모두 정부부처나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출자한 펀드였다. 순수 민간자금으로 조성된 펀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한국벤처투자는 2004년 출범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벤처생태계 활성화의 주역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벤처투자 내부적으로도 한 단계 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순수한 민간 모펀드를 조성한 것은 제법 의미있는 성과다.
재원 공급을 맡은 하나은행도 상당한 실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벤처펀드 출자를 꺼린 이유 중 하나는 운용사 선정과 조합 관리 등에 상당한 인력 자원이 소모되는 점이었다. 만약 한국벤처투자처럼 조합 관리에 노하우를 갖춘 전문 기관에 위탁할 경우 이러한 문제는 해결된다. 개별적으로 펀드에 출자하는 것보다 모펀드를 하나 만드는 게 업무상 효율적인 셈이다.
한국벤처투자도 이번 모펀드 운용에 상당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책적 목적이 뚜렷한 모태펀드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는 모펀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한 모펀드인 일자리창출펀드는 기준수익률 초과에 따른 성과보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기업 투자가 돈이 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금융기관, 신탁, 연기금, 공제회 등 많은 민간자금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펀드 출자나 자기자본을 통한 직접투자의 형태다. 이제는 벤처투자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민간이 참여하는 모펀드 조성을 고려해볼만하다. 첫 발을 뗀 하나은행과 한국벤처투자가 모범사례를 만들어 앞으로 다양한 민간 모펀드가 시장에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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