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착한 연체자에게 부채를 탕감해주거나 이자를 되돌려주는 '착한금융'을 실천하고 싶다"지난 5월 10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 CEO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기자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이 말을 들은 기자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호기롭게 '착한금융'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업 특성상 외부출신인 김 회장이 DGB지주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난 지금 기자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그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룹의 고질적인 병폐인 특정집단의 권력화와 박인규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웠다. 흐트러진 분위기도 다잡았다. 임원선임 프로그램 도입과 조직개편을 통해 공정한 인사와 성과 보상, 폐쇄적인 조직문화 탈피에 나섰다.
그룹 숙원사업인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윤석헌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을 만나 인수 의지를 여러차례 내비쳤다. 직접 발품을 팔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결국 감독당국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선임절차까지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DGB지주는 느슨한 이사회 운영과 폐쇄적인 이사 추천방식으로 수차례 지적을 받았다. 사외이사는 회장 비서실에서 추천했고 예비 후보풀(Pool)도 협소했다. 지주 사외이사와 은행 사외이사가 자리를 바꿔가면서 이사회를 독식하기도 했다.
DGB지주 지배구조는 분명 변화가 필요했지만, 누구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를 건드리지 못했다. 바꾸기보다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전임 회장은 고교·대학 선후배로 이사회를 채워 정·관계 인맥경영에 활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진을 감시·감독해야 할 사외이사가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제아무리 현직 회장이라 해도 사외이사 추천 방식까지 바꿔가면서 권력지도 위에 있는 이사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김 회장이 독단적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DGB지주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 다만 이제는 출구를 찾아 그 방향으로 크게 한걸음 내디뎠다. 출구는 이미 김 회장이 가리키고 있다. 걸음을 뗐지만 발목을 잡으려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수많은 반대와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전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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