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외길' 신대양제지, 中 시장에 울고 웃는다 ①반월·시화공장 '점유율 1위', 원재료 '폐지' 수급 변동성 취약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21 07:56:00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7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0여년간 골판지 외길을 걸어온 신대양제지가 독보적 기술력 및 생산규모 등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했다. 다만 중국시장에 대한 높은 민감도로 수익성이 들쑥날쑥한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대 폐지 수요처인 중국은 국내 골판지 업체들의 원재료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신대양제지는 1982년 12월 설립된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다. 1984년 9월 경기도 안산에 1만6577㎡ 부지를 매입해 반월공장을 준공했다. 반월공장은 국내 최초로 장망식 골심지(medium paper) 생산·판매에 돌입했다. 골심지란 골판지 라이너(liner)와 라이너 사이에서 물결 모양의 골을 구성하는데 쓰이는 종이를 말한다. 1985년부터는 해외시장에도 골심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조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신대양제지는 설비 확충에 집중했다. 연 4만7500톤가량이었던 반월공장의 생산능력은 잇단 증설을 통해 1988년 7만3000톤, 1991년 21만9000톤가량으로 확대됐다.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신대양제지는 1996년 반월공장 인근에 연산 29만2000톤 규모의 시화공장을 준공했다. 설립 10여년만에 연 51만1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셈이다.
신대양제지는 시화공장을 통해 제품 다각화에 속도를 냈다. 시화공장은 기존 주력 제품인 골심지뿐 아니라 골심지 안쪽의 이면지(테스트라이너지)도 함께 생산했다. 1998년 5월에는 골심지 표면에 접합하는 고부가 제품인 표면지(크라프트라이너지)도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신대양제지는 국내업계 최초로 골판지 원지의 전 지종을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탄탄한 제품군을 확보한 덕분에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1990년대 중반 500억원에 못 미쳤던 매출액은 1999년 1000억원을 돌파한 이래 줄곧 1200억~1300억원대를 유지했다. 농산물 포장 의무화,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산총액도 1996년 880억원가량에서 1999~2000년 1400억원대로 불었다. 같은 기간 14.8%였던 시장 점유율은 20% 중반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외형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2002년까지만 해도 100억원 초반대였지만 2003~2004년 40억~50억원으로 반토막 이상 줄었다. 급기야 2005년에는 적자전환했다. 중국시장에 대한 높은 민감도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중국업체들은 골심지의 핵심 재료인 폐지를 자체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깝고 회수율이 75%로 높은 우리나라에서 폐지를 비싼 값에 대량 수입해갔다. 그 결과 2000년 초 톤당 8만원이었던 국내 폐지가격이 2004~2005년 14만원대까지 75%가량 상승하면서 원가부담을 가중시켰다. 그에 반해 제품가격은 내수와 수출 모두 톤당 30만원 초중반에서 2005년 25만원대로 20%이상 하락했다. 신대양제지는 2003년 핵심 판매처인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업황 악화로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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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빠진 국내 골판지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했다. 삼보판지가 고려제지를, 아세아제지가 금호페이퍼텍을 사들였다. 골판지 수급이 안정기조를 되찾으면서 제품가격이 톤당 38만원까지 상승했다. 덕분에 신대양제지 실적도 반등했다. 2009년까지만 해도 1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0년 3000억원을 넘어섰다. 2006년 121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영업이익은 2010년 200억원, 2012년 330억원을 돌파했다. 2007년 시화공장 증설로 연 생산능력을 65만7000톤까지 향상시킨 것도 주효했다.
그러나 2016년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6개월간 조업을 중단한 탓에 수익성은 다시 악화됐다. 2016년 매출액은 2202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을 기록했다. 7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건 2006년 이래 처음이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신대양제지는 매출액 3179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했다. 1년만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4%, 70%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올 들어 6개월만에 3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한때 신대양제지를 괴롭혔던 중국시장이 이번엔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7월 환경 규제, 자국산업 보호 등을 근거로 폐지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3년만 해도 톤당 10만원대였던 국내 폐지가격은 공급과잉으로 최근 5만~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골판지 원지의 내수·수출가격이 2016년 36만~37만원대에서 2017년 45만원대로 상승한 것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현지 골판지 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폐지가 아닌 골판지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국내 업계가 호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 정부의 폐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76%까지 떨어졌던 공장 가동률은 골판지 수요 증가로 90%선을 회복했다. 수출 실적도 지난해 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8억원으로 개선됐다. 신대양제지는 동남아시아 등 신규 수요처 발굴에 주력해 실적 개선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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