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주도권', 산업은행 먼저 잡았다 정책금융 역할·민간자금 리스크 완화 등 밑그림 마련 필요
정미형 기자공개 2018-09-18 10:09:37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7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북 경제협력사업에서 KDB산업은행이 맡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되며 정책금융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 16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수행원을 발표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포함한 공식수행원 14명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각층 인사 52명의 인사로 구성됐다. 여기에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이동걸 회장이 수행원에 포함된 데는 정책금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라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축적된 개발금융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2014년 옛 정책금융공사와 통일금융협의체를 운영하며 ‘남북경협'을 역점 사업으로 삼아왔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남북경협 사업을 서로 주도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한반도 정세가 해빙 모드로 돌아서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이 각 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관련 부서에도 힘을 실어왔다. 산업은행은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개편하고 전담 조직팀을 신설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 7월 하반기 인사로 북한 전문가 두 명을 새로 영입하고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조직을 확대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IBK경제연구소 내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하고 향후 중소기업 사업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걸 회장이 금융권 대표로 선발돼 북한을 방문하는 만큼 남북경협에 있어 산업은행의 징검다리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산업은행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정책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그런 역할을 잘해서 민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돼야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자금은 리스크가 클수록 혼자 들어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투자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북한도 자체적으로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 내 금융 인프라나 시스템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이동걸 회장도 북한 진출의 초기 위험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국내외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남북 경협은 크고도 넓고도 위험하기 때문에 한두 개 기관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도 않는다"며 "산업은행이든 수출입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외국기관과 국제기관까지 큰 그림을 그리면서 남북 경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과 관련해서는 우선 철도나 전력, 첨단과학 산업과 관련한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북한이 주요 산업으로 우선시하는 부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북 특별수행원 명단에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앞서 대북제재 완화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북제재 완화가 전제될 때 북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속도에 따라 남북 경협 역시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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