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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 '절박함'이 달랐다 [thebell desk]

민경문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18-10-04 09:55:06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1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현대차의 라이벌 구도는 공공연하다. 2014년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전이 그랬고, 삼성이 2016년 하만 카돈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는 삼성의 자동차 전장분야 진출에 부담을 느껴야 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싸고도 양측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기류가 흘렀다.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국내 대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뿐이었다.

스타트를 먼저 끊은 건 현대차였다. 현대모비스 분할 합병으로 기존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모두 해소하는 개편안이 올해 2월 말에 나왔다. 예상 못한 시나리오에 시장은 당황했지만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반대로 7개 순환출자 고리로 뭉친 삼성그룹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주총을 1주일 남겨둔 시점에 분할합병안을 전격 취소했다. 주총을 열어도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수뇌부가 판단한 듯 하다. 처음부터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다른 주주보다는 오너 일가의 이익에 초점을 둔 듯한 개편안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정작 '행동'을 보인 건 삼성이었다. 삼성SDI는 올해 4월 예상보다 빠르게 삼성물산 지분을 털어냈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과정은 더 극적이었다. 7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고 언제쯤 다시 삼성물산 지분 매각 타이밍을 잡을 지 업계가 주목하던 시기였다.

삼성 수뇌부가 택한 D-데이는 9월 20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던 날이었다. 이 부회장이 천지를 등지고 찍은 사진이 SNS에 공개됐을 때 블록딜 거래가 이뤄졌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았다.

삼성은 절박했을 것이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주당 15만원 이상이었던 삼성물산 주가는 12만원대까지 떨어져 있었다. 처분 이익 등을 고려하면 시점을 좀더 늦춰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진행중인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다. 삼성물산 한 주가 아쉬운 그가 거래에 불참한 점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 눈치를 봐야했던 삼성으로선 순환출자 해소 효과를 시기적으로 극대화한 셈이다. 수요예측도 국내 기관 비중이 높고 롱(long) 펀드 성격의 투자자가 다수 참여하는 등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거래 이후 주가가 오른 점도 이례적이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삼성에 '선수'를 뺏긴 현대차 수뇌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성의 정면돌파를 보며 꼼수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는지도 모른다. 새로 모색중인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이해 득실을 따지기에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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