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04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오래된 숙제 하나를 끝냈다. 수년간 논란을 빚어왔던 자율규제위원장 자리를 비상근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동시에 위원장으로는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낙점했다. 민간 출신이 이 자리에 앉은건 처음이다.자율규제위원장의 역사는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금융투자협회는 2009년 출범 이후 공적규제기관의 업무를 보완하기 위해 자율규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를 이끄는 자율규제위원장은 증권사와 운용사, 선물사의 위법행위를 조사하거나 자율분쟁 조정 업무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약관심사와 광고심사도 담당하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업계를 잘 알아야하는 자리의 주인공은 늘 퇴직관료 차지였다. 초대 위원장이었던 안광명씨는 기획재정부, 2대 위원장인 박원호씨는 금융감독원에서 왔다. 지난달 임기를 마친 김준호씨는 미래창조과학부 1급 출신으로 금융투자 관련 경력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과거 국정감사에서는 공무원들이 퇴직 후 취업 제한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3년 주기로 위원장이 계속 바뀐 탓에 연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과거 협회장들이 이를 방관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협회 안팎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협회장들은 자율규제위원장을 비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업계 출신 인물을 선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끝까지 밀어부치지는 못했다. 자본시장법에서 정하는 사항의 정관을 바꾸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금융투자협회가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도 업계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성 없는 심판에 대한 일종의 무관심이었다. 올해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사고, 골드만삭스 공매도 사태는 자율규제의 공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이후 자율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입버릇처럼 내비쳤다고 한다. 그의 집요함이 당국을 설득하는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최종 후보 3인이 모두 업계 출신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처음으로 민간 출신 자율규제위원장을 맞았다. 최방길 위원장은 권 회장의 뜻을 이어 업권별로 자율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가 금융투자협회 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한 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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