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원 M&A, 딜던 위한 두개 키워드 …'가격'·'밸류업' MRO 가치 책정 이슈…사업 확장 가능성 확신이 관건
김일문 기자공개 2018-10-22 04:57:38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8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전략구매관리업체 서브원 MRO의 M&A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일부 대형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을 포함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세밀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쉽지는 않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LG그룹 지주사이자 서브원 최대주주인 ㈜LG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서브원내 전략구매부문을 물적분할시켜 외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번 딜에는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 두세곳이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의 관건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가격이다. LG그룹의 입장에서는 과거 삼성그룹이 MRO 계열사였던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했을 당시의 가격을 준용하길 바랄 수 있다. 당시 아이마켓코리아의 멀티플(EV/EBITDA)은 15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만 MRO 사업 가치 평가를 위해선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섣불리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MRO 사업의 특성상 감가상각 비용의 발생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MRO부문의 상각전이익(EBITDA)은 MRO부문 영업이익 1273억원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
여기에 차입금이 없다는 가정을 덧붙여 최소 10배를 적용하더라도 지분 100%의 가치는 1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를 토대로 지분 50% 이상을 FI가 가져간다면 딜 사이즈는 약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그렇다고 아이마켓코리아의 현재가치를 준용해 서브원의 가치를 산출하기도 어렵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주가 하락이 거듭되면서 시가총액이 23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순자산가치(4300억원)의 절반 수준이며, 회사의 현금성자산(2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멀티플로는 1배에 채 못 미친다.
결국 서브원 MRO 사업의 적정가치에 대한 LG그룹과 FI간 일정수준 이상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가격갭이 지나치게 벌어진다면 아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뜻이다.
LG그룹과 FI가 거래가격에 어느정도 합의했더라도 고려해야 할 이슈는 또 있다. 과연 향후 서브원 MRO 사업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현재 서브원 전체 사업부 가운데 MRO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6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아이마켓코리아 M&A와 마찬가지로 LG그룹이 일정기간 물량보장약정을 걸어둔다면 꽤 오랜기간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해야하는 FI 특성을 따져볼 때 단순한 MRO 비즈니스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서브원 MRO 부문에서 취급하는 주요 상품은 공장용품과 사무용품이며, 공장용품은 기계부품과 페인트, 밸브, 스위치 등 공장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품목들이다. 사무용품도 복사지나 전산소모품 등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일반사무용품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소모품, 유지보수용품의 구매 대행이라는 제한된 서비스만으로는 서브원의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 일부 FI들은 그 해답을 미국의 MRO업체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대형 MRO 회사들의 경우 재고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고, 클라이언트의 품목에 더 깊숙히 관여하거나 자체 브랜드인 PB 상품을 만드는 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미국 수위권 MRO업체인 그레인져(Grainger)가 대표적인 예다. 그레인져는 일반적인 소모품 구매 대행 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와 폐점후 매장 긴급 출동, 사업장내 조명 및 에너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레인져의 연간 매출액은 104억달러(2017년 기준), 영업이익은 11억달러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평가한 그레인져의 신용등급은 'A+'로 초우량기업에 속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S&P에서 작년까지 'A+' 등급을 받았다.
|
따라서 서브원 MRO부문 M&A 성사의 첫 단추는 가격에서 출발하겠지만 회사의 발전 가능성, 더 나아가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FI들로서는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PE업계 관계자는 "FI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필수 소모품의 구매 대행 서비스만으로는 투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