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매도ETN '중위험 vs 고위험' 논란 금감원, 불완전판매 점검 예정…최근 급락장에선 '선방'
최필우 기자공개 2018-10-22 15:13:35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9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파생상품 시장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의 위험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ETN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증권업계와 파생상품을 발굴해 판매하려는 은행업계에서 양매도 전략이 중위험인지 고위험인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양매도ETN을 고위험 상품으로 보고 불완전판매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이 상품이 최근 급락장에서 수익률 방어에 성공하는 등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위험 상품' 지적 잇따라…사업자들 견해도 분분
양매도ETN에 대한 논란은 이 상품을 개발한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차장이 올 상반기 보수로 22억원 받으면서 불거졌다. 김 차장이 높은 보수를 수령한 것은 최근 3~4년 동안 꾸준히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운용 성과를 쌓아온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판매가 급증한 양매도 ETN 덕분인 것으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이 상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ETN과 양매도 전략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김 차장이 고위험 상품을 운용해 고연봉을 수령한 것처럼 알려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양매도ETN의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자본시장연구원 리포트가 나오면서 상품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고, 매월 코스피200 수익률이 ±5%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프리미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초지수 월간 수익률이 ±5% 구간을 벗어나는 경우가 전체의 38%에 달하고, 최대 손실폭이 17.6%로 기초지수(21.0%)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리포트의 골자였다.
ETN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는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양매도ETN과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이번달 상장하기로 했으나, 대신증권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양매도ETN 출시 자체를 보류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큰 손실이 불가피하고, 올들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양매도 전략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대신증권의 논리다.
여기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KEB하나은행이 양매도ETN 편입 신탁을 불완전판매했다고 지적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다. 고위험 상품이 중위험 상품으로 포장돼 판매됐다는 게 최 의원 측의 주장이다. 반편 양매도 ETN을 출시한 증권사와 판매한 은행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개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양매도 전략을 구사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출시된 양매도ETN 상품들도 고위험 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대부분 은행 고객들에게 판매됐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새 코스피200 6.7% 하락에도 손실 1% 이내
이 와중에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양매도ETN의 손실에도 관심이 모였다. 미국 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국내 증시 하락폭이 더 커져 양매도ETN이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양매도ETN은 이달 1% 이내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theWM에 따르면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지난 17일 기준 1개월 수익률 -0.52%를 기록했다. 기초지수에 활용하고 있는 코스피200이 같은 기간 -6.7%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 상품은 매월 둘째주 목요일인 옵션 만기일 사이에 코스피200이 ±5%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다. 지난달 13일 목요일 292.43으로 마쳤던 코스피200이 지난 11일 목요일 275.15까지 17.28(5.9%) 하락하면서 0.9% 손실이 확정됐고, 프리미엄 수익을 통해 손실이 일부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증시가 급락할 때보다 급등하는 장세에서 양매도ETN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락장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수익이 커져 일부 손실이 나도 수익률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지만, 대세 상승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극도로 낮아져 프리미엄 수익을 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이 양매도ETN 신탁을 지난해 하반기 출시했으나, 출시 초창기에는 상승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상품 판매가 미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양매도ETN이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예적금성 상품이라는 게 아니다"면서도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 매월 옵션만기일이 갱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고객에게 소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품에 투자한 고객 중 PB센터를 이용하는 고액자산가가 많아 상품 전략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충분히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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