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30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자간담회 장에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내내 미소를 띄었다. 오전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인수하겠다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직후였다. "자식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격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그간 시장에서 웅진이 코웨이를 되찾을 수 있다 여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웅진이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팔았던 2013년 당시 기습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깨 버린 게 화근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MBK에 대한 웅진의 '원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MBK와 웅진의 잔금납부 기한은 2012년 10월 4일이었다. 하지만 웅진의 요구로 납부기한은 10월 2일로 조정됐고 MBK는 잔금 납입 확약서도 써 줬다. 이 확약서를 갖고 웅진은 금융권 차입을 하기도 했다. 9월 25일 극동건설이 부도처리됐다. 26일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신청 전 윤 회장 일가는 보유지분을 팔아 현금화하기도 했다. 다만 협상대상자인 MBK는 법정관리 소식을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
이미 이때부터 MBK 마음속에 웅진은 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간 웅진이 코웨이를 되찾기 위해 여러 번 러브콜을 보냈을 때도 MBK는 냉담했다. 웅진이 인수의사를 밝힌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웅진은 중도 포기 않겠다, 성실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등 신의성실의 서약이 담긴 제안서를 들고 MBK를 찾았다. 하지만 제안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웅진을 되돌려 보낼 정도로 MBK의 입장은 완강했다는 후문이다.
기존 예상과 달리 보름 새 MBK입장은 갑자기 선회, 극적으로 딜은 타결됐다. 웅진은 그토록 원하던 코웨이를 되찾았고, MBK는 6년간 투자로 1조 원이 훌쩍 넘는 차익을 얻게 됐다. 서로 윈윈으로 보이는 이 딜에는 금전적인 면 뿐 아니라 메신저로써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다.
최근 2주간 협상은 진행했지만 MBK와 웅진 양측이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다는 후문이다. SPA 체결 당일에도 양측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유선상으로 서류만 교환했다고 알려졌다. 보이지 않는 앙금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과정이 어찌 됐든 웅진은 신의를 잃었던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다시 코웨이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다만 웅진의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SPA 체결이 발표된 29일 코웨이 주가는 주당 6만3000원에 마감됐다. 전날(8만3900원)에 비해 24.91%나 떨어진 셈이다. 주가하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를 일부 나타내기도 한다.
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딜이 워낙 급작스레 이뤄져 구체적인 향후 전략은 아직 수립 전"이라며 "기본적으로 코웨이가 할 수 있는 것과 연관한 사업을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다소 두루뭉실한 향후 계획을 밝혔다. 어렵게 찾은 자식 같은 회사인 만큼 이번엔 시장과 탄탄한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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