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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용도 제한, 모험 자본 역할 위축 [증권사 단기금융업 진출 1년]③수탁금 투자 용도, 한도 완화 시급…안정적 수익 기반 필요

전경진 기자공개 2018-12-07 14:54:52

이 기사는 2018년 11월 30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탄생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단순히 단기금융업(발행어음 판매 권한) 추가 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우선 발행어음 투자 용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발행어음 투자 한도는 수탁금 규모에 맞춰 따로 산정할 필요가 있단 평가다.

'기업금융 50%'…발행어음 용도 제한에 판매 속도 조절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부터 발행어음 판매 전략을 바꿨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탁금 규모는 판매 개시 4개월 만에 2조2756억원(3월 기준)에 달했다. 하지만 2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모는 2조7364억원이다. 발행어음 판매 속도가 4분에 1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이어져 3분기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판매 잔고는 3조4472억원으로 집계된다.

NH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7월 2일 발행어음 판매 개시 1주일만에 6500억원의 판매고를 달성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수탁금 잔고는 1조3582억원이다. 판매 속도가 둔화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IB들은 발행어음 수탁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부문에 투자하도록 강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금융 투자는 대출, 어음(CP)과 같은 신용공여 형태와 A등급 이하 회사채 매입 등으로 못 박혀 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초대형 IB가 투자할 수 있는 A등급 이하 기업의 비율은 과반을 밑돈다. 금리까지 고려하면 회사채 매입이 가능한 기업 수는 더욱 줄어든다. 신용공여 외에는 마땅한 기업 투자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30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A급 기업의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BBB급은 11%다. 나머지는 BB급 이하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기업들로 전체 10% 수준이다. 그런데 발행어음 수탁금이 고객들에게 위탁받은 자금인 점을 고려하면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에 적극적일 순 없다. 결국 투자 가능한 기업 비중은 전체 38% 수준으로 한정된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약정이자(1.55~2.6%)를 고려해 최소 3% 중반대 딜을 찾아 투자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자 마진을 고려하면 A급~BBB급 기업 일부에는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2곳에 불과한 데다 발행어음 판매 속도까지 조절한 탓에 초대형 IB 등장 효과가 제한돼 왔단 점이다. 모험 자본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친단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곳만으로도 총 18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자본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며 "현재 두 증권사가 판매한 발행어음 수탁금 규모는 5조원 수준인데, 발행어음 투자 용도 제한을 완화해주면 초대형 IB의 모험자본 역할 수행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공여 한도 확대, '호재'…한도 내 발행어음 수탁금 포함, '한계'

지난 9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형 증권사들은 호재를 맞았다. 신용공여(기업대출) 한도 총액이 자기자본금의 200%로 확대된 것이다. 이론상 4조원 이상의 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IB의 경우 8조원 이상의 기업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발행어음 판매 규모를 조정해온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제도 개선에 맞춰 2019년 판매 목표치를 높여 잡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도 개선이 추가로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발행어음을 통한 투자는 발행어음 수탁금 규모에 맞춰 별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자본금과 합산해 신용공여 한도 제약에 걸리면 시장으로 공급될 수 있는 유동성이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약 4조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도 발행어음 판매 목표치를 6조원으로 잡고 있다. 이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투자금 총액은 10조원에 달한다. 신용공여 한도(8조원)보다 2조원가량 많은 셈이다.

더욱이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판매시 고객의 환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쌓아 두도록 유동성 규제를 받고 있다. 발행어음만 별도로 떼어내 투자한도를 설정해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적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획득한 초대형 IB는 1개월 및 3개월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발행어음)와 동일한 수준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자산을 운용할 때 한도와 용도 제한에 걸려 투자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증권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모험 자본 공급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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