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21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이랜드그룹의 가장 큰 변화로 소통을 꼽는다. 중요한 변동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전에 알리고 직접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과거 '일방통행' 식의 소통 방식과는 분명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이랜드리테일 IPO를 앞두고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 변화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그룹 총괄 커뮤니케이션실까지 신설하며 대내외 소통 의지를 보였다. 특히 김일규 이랜드월드 대표이사가 커뮤니케이션실을 총괄토록 하는 등 힘을 실었다. 신평사와는 실적 발표 외에도 각종 이벤트 발생 때마다 정보 공유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도 달라진 면모를 드러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 선언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맞았다. '1조 자본 확충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평소 '이랜드 답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그룹 CFO인 이윤주 상무가 직접 전면에 나서 자본확충 무산 사유와 향후 계획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이랜드 입장에서 더 이상 시장과 소통을 미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14년말 시작된 사업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투기등급 직전까지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 받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추가적인 등급 하락을 막기위해 신평사를 만나고, 단기자금이라도 구하러 다녀야 했다.

앞서 이랜드가 양치기소년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건 결국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다. 두 차례나 취소한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IPO와 킴스클럽 매각 번복 등도 조금만 더 시장에 상황을 설명했다면 후폭풍을 줄였을 지 모른다.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등 이슈 등으로 중도 철회해야 했던 이랜드리테일 상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랜드그룹은 내년 다시 한번 이랜드리테일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재무개선을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평가받는 딜이다. 이랜드 수뇌부도 어느 때보다 거래 완료 의지가 높아보인다. 시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잡음 없이 딜을 마무리하길 기대해 본다. 과거 시장과의 아픈 기억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