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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투자 엑시트 해법을 제시하다 ⑤ TRG의 비에이치씨 매각

박시은 기자공개 2018-12-31 08:33:43

[편집자주]

이제 더 이상 PE를 제쳐놓고 국내 M&A시장을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PE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인데, 2018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국내 PE시장 이력이 10년을 넘어가면서, 물론 셀러(Seller)로서의 PE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2018년 한국 M&A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요 PE 엑시트 딜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7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들이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지만, 회수 문제는 공통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VIG파트너스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버거킹'에, CVC는 'KFC'에, 모건PE는 '놀부', 그리고 , IMM PE는 '할리스'에 다만 생각만큼 관리와 투자회수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TRG)이 포트폴리오기업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 매각에 성공했다. 특히 인수자가 BHC 경영을 이끌던 박현종 회장 컨소시엄이어서 국내 최대 MBO(경영자 인수) 거래로 더욱 이목을 끌었다. FSA는 TRG가 지난 2013년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비비큐로부터 BHC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자회사인 BHC를 통해 △불소식당 △그램그램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을 보유한 형태로, 이번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5개 회사 모두 박 회장 컨소시엄 소유가 됐다.

◇프랜차이즈 투자 PE 엑시트 모델 제시한 MBO 거래

식음료 프랜차이즈업은 과거 뛰어난 현금창출력으로 PE들 사이에서 각광 받았다. 놀부, 할리스커피, BHC, 매드포갈릭, 공차코리아, 버거킹,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커피빈 등이 최근 5년 내외에 PE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다. 하지만 엑싯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이나 가맹점 이슈 등으로 경영 환경이 까다로워져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PEF 업계에선 프랜차이즈업 투자가 관리와 투자회수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적잖은 PE 보유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잠재 매물로 나와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답보상태인 경우가 많다.

BHC도 마찬가지였다. TRG가 2013년 인수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엑싯 작업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공식적으로 매물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와중에 지난 5월 가맹점주 간의 마찰 등이 부각되며 내심 골머리를 앓았다. TRG는 매각 상대를 외부말고 내부에서 찾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BHC를 성장 궤도에 올려 놓는데 상당히 공이 큰 만큼 회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박 회장은 적임자였다. 박현종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3년 TRG가 FSA를 인수하면서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TRG에서 BHC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던 조형민 대표와 NH투자증권, MBK파트너스도 박 회장의 우군이 돼 줬다. 국내 첫 F&B 프랜차이즈 MBO 엑싯 사례는 그렇게 탄생했다. 특히 조형민 대표는이번 딜을 위해 TRG에서 나와 독립 PE를 세우는 모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MBO는 미국과 영국에서 많이 쓰이는 M&A의 형태 중 하나로, 1980년대 영국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많이 활용됐었다. 회사에 대해 잘 아는 경영진이 회사를 직업 인수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으며 고용 안정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서 MBO 방식은 2000년 대 몇건 있긴 했지만 자주 이뤄지는 거래 방식은 아니었다. 2005년 당시 휠라코리아 경영진이었던 윤윤수 회장이 공모를 통해 MBO를 단행한 거래 정도를 들 수 있다.

이번 BHC 매각이 MBO 형태로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특히 엑싯 방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외부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PE가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하나 추가됐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이번 거래에 앞서 임직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등 임직원과 가맹점주들이 주주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점을 보장했다. 신속하고 원활한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다.

◇"배당금 해외유출 없다" 약속 지킨 로하틴그룹

이번 거래를 통해 그동안 추가적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BHC의 2017년 '840억원 배당금' 행방이 드러났다. BHC는 지난해 840억원을 FSA에 중간 배당했다. 비상장법인 FSA는 연 1회 공시의무만 있어 'BHC→FSA'로 이동한 배당금의 추가적인 행방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2013년 FSA가 BHC를 인수한 금액은1300억원. 최초 인수자금의 70% 수준인 840억원이 배당금으로 인수 4년만에 FSA로 넘어가자 BHC 일부 점주들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FSA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TRG로의 자금유출 의혹을 제기했다.'책임경영'을 내세우던 BHC 경영진은 해외 자금유출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FSA 매각 과정에서 TRG 측은 매각자금 외에 추가적인 FSA 자금유출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해 FSA로 넘어간 배당금이 현재도 고스란히 FSA에 남아있다고도 밝혔다.

TRG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BHC 점주들의 의혹은 해소됐다. FSA 인수 주체인 박 회장 컨소시엄은 인수자금 6300억원 중 3500억원을 선순위 대출로 조달했는데 연 4%의 금리로만 계산해도 인수자금 대출 이자로 연간 160억원을 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박 회장 컨소시엄은 BHC 등에서 배당을 받아 대출이자 등을 마련해야 하지만 기존 배당금 840억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추가적으로 BHC에 배당 부담을 주지 않고도 인수금융 이자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TRG, BHC 투자로 5배 차익

FSA 지분 전량을 박 회장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TRG는 인수 5년만에 5배가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됐다.TRG가 1300억원에 BHC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500억원 가량을 산업은행에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었다. 따라서 TRG의 투자원금은 800억원 수준인 셈이다. 인수 직후부터 로하틴그룹은 투자금 회수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BHC는 두 차례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각각 310억원, 270억원으로 총 580억원 규모였는데 이를 통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BHC가 단행한 중간 배당을 통해 추가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배당금은 840억원. 이 역시 FSA 주머니에 들어갔다. 따라서 TRG는 지난해 이미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FSA 매각 거래에서 100% 지분가치로 책정된 금액은 6300억원. TRG는 투자 5년 만에 투자원금 대비 5배 가까운 차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투자자본수익률(ROI)로는 490% 수준이다.

이같은 투자성과는 지난 5년 간 실현한 놀라운 실적 증가에 있다. 로하틴 그룹에 인수된 2013년, 827억원이었던 BHC 매출은 지난해 239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FSA의 연결 매출액은 446억원에서 3335억원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TRG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BHC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투자방식은 유사하지만 이른바 '먹튀' 오명을 쓰고 있는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여기엔 TRG코리아를 이끌던 조형민 대표의 '책임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MBO가 성사되기까지 조력자로 나서는 동시에 TRG로부터 독립, 새 PE 수장으로 데뷔한 조형민 대표의 행보에도 주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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