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벤처스에 560억 투자…"해외서 새먹거리 찾는다" [SK하이닉스 해외법인 점검]④비메모리 분야 투자 목적…中 스타트업 발굴 주력 전망
김장환 기자공개 2019-01-09 08:33:1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2일 15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기울여왔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에 막혀 기업 지분 투자가 부담됐던 탓이다. 지주사 SK㈜ 손자회사여서 국내 기업 투자시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최대 '50%+1주'만 사들여도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데 비효율적으로 잔여 지분까지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걸림돌이었다.SK하이닉스는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수조원을 들인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 '딜' 외에 알짜배기 투자 기업 찾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벤처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 지원 등 제반 절차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는 홍콩 현지 투자법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홍콩 벤처투자법인(SK hynix Ventures Hong Kong Limited, 이하 홍콩벤처스)에 562억원대 자금을 추가 지원했다. SK하이닉스의 자금력을 봤을 때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2017년까지는 이곳을 향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상당 수준 금액을 한꺼번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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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홍콩벤처스는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 2016년 3월 설립된 법인이다. 100% 지분을 소유한 완전 자회사로, 최초 취득가는 25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는 이후 홍콩벤처스에 큰 폭의 투자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이전 투자 내역은 2017년 상반기 단행된 5억원대 추가 출자가 전부다.
홍콩벤처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단위로 벌이지 않았던 건 해외에서 투자할 만한 기업을 '물색'하는 단계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 인력을 두고 알짜 기업을 찾는 작업에 많은 자금이 소요될 일은 없다. 홍콩벤처스 설립 후 지난 2년 동안은 투자 기업을 찾기 위한 정지작업을 벌인 기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는 건 투자 대상 기업을 이제 확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홍콩벤처스를 통해 찾은 사업군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관련 분야로 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 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비메모리다. 스마트폰 AP, 컴퓨터 CPU 등 중앙제어장치를 전담하는 반도체다. 연간 거래액 기준 약 400조원 규모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파이가 훨씬 큰 시장이다.
SK하이닉스의 최대 고심은 당장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암흑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 침체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공급 과잉까지 겹쳐 D램 등 가격 하락이 올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 등 다른 사업 분야는 미진한 상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부침이 시작되면 SK하이닉스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사업적 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분야를 적극 공략 중이다. 중국 현지 파운드리(수탁생산) 자회사에 1000만달러 규모 추가 출자를 단행하는 한편, 지난 7월에는 중국 투자회사와 손을 잡고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합의하기도 했다.
홍콩벤처스 투자 역시 비슷한 의도를 지닌 행보로 읽힌다. 설계전문 기술을 가진 업체(팹리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울러 올해 홍콩벤처스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지속해 단행될 여지도 엿보인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홍콩벤처스에 투자가 이뤄진 비슷한 시기 홍콩 내 또 다른 투자회사 SK APTech에도 207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다. 다만 SK APTech에 대한 자금 지원은 홍콩벤처스와 달리 투자기업을 찾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중국 충칭 생산공장(SK hynix Semiconductor Chongqing Ltd) 증설을 위한 자금 지원이다. SK하이닉스 충칭은 후공정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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