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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IPS,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영입한 까닭은 내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美·中 글로벌 네트워크 풍성

이경주 기자공개 2018-12-10 08:18:27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7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로 반도체 전문가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사진 좌)이 국내 장비업계 발전을 위해 중견업체 원익IPS 경영을 돕기로 했다. 내년부터 원익IPS 사외이사를 맡아 경영자문을 할 예정이다. 권 고문은 재무와 기획에 능한 전략통으로, 과거 불황기 시절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아 위기 상황을 수차례 극복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권 고문은 반도체 업계에서 수십년 동안 종사하며 쌓은 통찰력과 풍성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7일 장비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이달 13일 진행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권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공시한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공지한 내용이다. 임시주총에선 권 고문 선임 뿐 아니라 원익IPS가 원익그룹 계열사 원익테라세미콘을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의안도 상정된다. 합병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며, 권 고문은 합병 법인의 사외이사로 같은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권 고문은 SK하이닉스 전임 CEO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1981년 현대그룹으로 입사했다.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로 이동해 전략·기획 분야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초 부터 2013년 초까지 SK하이닉스 대표(사장)를 지냈다. 이후엔 박성욱 부회장(사진 우)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현재까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대외적으로도 영향력을 넓혔다.

권오철박성욱




권 고문은 타고난 전략가로 평가받았다. 위기상황에서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생사를 가르는 결정이었던 중국 우시 공장 설립 건이 대표적이다. 하이닉스는 2003년 미국과 EU·일본 등 경쟁국으로부터 D램 반도체에 대해 30~40%의 상계(相計)관세를 부과 받아 사업환경이 위태로워졌다. 전략기획실 실장(전무)이었던 권 고문은 상계관세를 피하기 위해 2004년 기술 유출 논란을 무릅쓰고 중국 우시(無錫)에 첨단 생산 라인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20억달러(약2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했는데, 국내 조달이 어려워 권 고문이 중국에서 18억달러를 유치해냈다.


권 고문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2000년대 후반 하이닉스 중국생산법인(HSCL) 대표를 맡아 현지 인맥이 풍성하다. 2011년엔 중국 강소성 정부경제 고문직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반도체제조사 사이프레스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권 고문이 원익IPS를 돕기로 한 것은 국내 장비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선두업체지만 생산장비는 대다수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 점유율은 공정에 따라 다르지만 많아야 20~30% 수준이다.


원익IPS는 국내 대표 장비사 중 하나다. 원익IPS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공정에 필요한 증착장비를 주력으로 납품하고 있다. 원익IPS는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증설규모를 줄이면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7조3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투자(캐팩스)를 단행한 탓에 올해는 캐팩스가 24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엔 반도체 업황 둔화 탓에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 17조원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원익IPS는 지난해를 끝으로 성장세가 멈췄다. 원익IPS는 삼성전자 투자가 정점이던 지난해는 매출(6309억원)과 영업이익(1223억원)이 전년 보다 각각 158.5%, 325.7%나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544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0.7%늘어나는데 그쳤다. 3분기만 보면 역성장이다. 3분기 매출(196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내년 전망도 역시 밝지 않은 편이다.


이에 원익IPS는 고객사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를, 해외에선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권 고문은 한국과 미국, 중국을 넘나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반도체 전략가"라며 "원익IPS는 매출처를 글로벌로 확장해야 하는 시점에서 권 고문으로부터 적잖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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