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中 시장 침체 돌파구 '비메모리' [2019 승부수]'슈퍼 사이클' 둔화 우려, 車 반도체 통한 활로 모색
김장환 기자공개 2019-01-11 08:09:45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0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에게 2019년은 긴장감이 가득한 한 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굴기가 이어지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과 주요 제품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IT 업체들은 재고관리에 돌입했다. 올 들어 '슈퍼 사이클'이 깨질 것이란 업계 예측이 점차 맞아 떨어지는 양상이다.SK하이닉스는 위기를 기회 삼아 올해 중장기 성장동력 찾기에 올인할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와 비메모리 부문 기술력을 키우는 게 핵심 목표다. 모기업인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가 올해 완료되면 국내에서 신사업 찾기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는 실적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나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급 성장을 이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미국과 중국이 급속히 떠올라 메모리 수급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20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년도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13조원)을 재차 경신하게 된다.
문제는 올해 경영환경 부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 부과안이 확정되면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주로 공급받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생산량 조절이 예상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도 재고관리에 주력하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발생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 문제를 두고 단기적 대응책을 찾는데 몰두하지 않을 방침이다. 위기가 곧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는데 보다 주력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차량용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 기술 개발 및 사업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당시부터 자동차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한 목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봤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핵심 사업이 본격적으로 도약하게 되면 SK하이닉스(반도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베터리) 등 그룹 전반이 이를 중심으로 한 사업역량 확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차량용 전장부품에 들어갈 반도체 부문 역량을 강화해야만 그룹사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전장부품으로 활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비메모리 부문 역시 올해부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부문 역량 확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를 위해 설계전문 기술업체(팹리스) 인수를 단행할 여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해외에서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발굴할 목적으로 지난해 홍콩벤처스에 560억원대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부문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사업군 찾기를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이를 위한 목적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지배를 받는 SK㈜ 손자회사여서 국내에서는 기업 지분 투자가 쉽지 않다. 지주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행위제한 요건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규제를 벗어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당장 올해부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뛰어들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단기투자자산 포함)만 6조원에 육박하고, 3분기까지 현금창출능력(EBITDA)이 17조원 가량에 달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알짜 매물을 찾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 부진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게 된다. SK그룹 차원에서 보면 수조원을 들여 인수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유동성을 마침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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