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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설립하는 AMC, 전문성·외풍 논란 피할까 정치권 개입 차단 기대…채권자 역할에 집중

안경주 기자공개 2019-01-21 08:29:1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간 조선·해양 부문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대부분 떠맡았지만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에 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전문성 부족과 외풍 문제 해결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 AM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동부제철, 현대상선 등 산업은행이 출자한 회사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매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산업은행이 자회사 설립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구조조정 이슈에 매몰돼 혁신기업 지원이나 미래지향적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국책은행이 나서기 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이동걸 회장의 생각"이라며 "구조조정 업무 비중을 낮추는 대신 혁신기업 지원과 창업생태계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혁신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구조조정 전문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한 재무 상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고, R&D 법인 분리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한국GM과 관련해선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퍼주기' 논란을 빚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주 역할과 채권자 역할 간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탓이다. 현대상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업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채권자로서 재무적 측면만 고려하면 추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반면 유일한 국적선사의 최대주주란 입장을 고려하면 영업력 회복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주이자 채권자로서 구조조정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면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신설 자회사에 주주의 역할을 넘기면서 전문성 논란을 피하고 채권자로서 역할만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간섭과 반발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며 결국 청산까지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GM과 협상의 경우 정치권이 먼저 구제금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산업은행이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에 정치 논린가 개입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설립의 또다른 목적"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내 조직이 아니라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면 그만큼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KDB AMC'가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정치권 개입을 차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이 당장 정치권 개입을 차단하지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물꼬를 트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전문성을 갖고 책임감 있게 기업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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