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vs 한진家]강성부 펀드, 설립 과정과 지향점은②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온건 행동주의 예상
한희연 기자공개 2019-01-23 10:48:07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물류회사 한진 지분매입을 통해 적극적 경영 견제를 천명한 KCGI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추측이 무성하다. 해외 사례를 볼 때 KCGI의 투자 컨셉과 전략, 지향점에 따라 한진그룹에 대한 요구의 강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펀드 성격에도 이목이 쏠린다.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KCGI는 한진그룹과 만남을 갖고 주요 주주로서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는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대표의 그간의 경력과 펀드 설립 과정 등을 살펴봤을 때 적대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단기이익실현 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해 나가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지배구조 개선·기업가치 제고" 철학에 중견기업 호응……첫 행동주의 PEF 탄생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앞자리를 딴 사명이다. 평소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강성부 대표의 신념이 담긴 이름이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과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크레딧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다 2015년 초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LK투자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여기서 요진건설산업, 현대시멘트 등 5건의 PEF 투자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
강 대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사모투자 전략으로 유효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독립적인 PEF를 설립한다.
강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후진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당성향과 일감 몰아주기, 부실 계열사 지원,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 등이 그 원인이라는 얘기다. 경영효율성과 투명성 개선,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 주주 중시 경영을 통해 이런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독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믿음에 지지를 보내는 유한책임사원(LP)들이 있었다. 실제로 강 대표는 KCGI를 설립하고 두 달도 채 안돼 1600억 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한다. 기존 국내 PEF에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LP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투자 철학에 공감하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인 셈이다.
강 대표는 애초 연기금이나 공제회에는 출자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펀드 성격상 투자 기업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에 개입하게 되면 이들 기관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KCGI의 블라인드 펀드에는 현금이 풍부한 우량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LP로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기업 오너 중 강 대표의 투자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셈이다. 실제로 이 펀드에 100억 원을 출자한 조선내화도 이 같은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 외국 투기자본과는 달라…"온건한 행동주의" 전망 多
KCGI가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최근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과 이슈를 만들었던 과거 외국계 펀드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계 헤르메스나 칼아이칸 펀드 등은 각각 삼성과 KT&G 등의 경영에 개입했으나 투자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속성을 나타내 사실 국내 시장에서 평가는 곱지 않다.
경영 개입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공격적이었던 일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는 달리 KCGI는 온건적인 양상을 띌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인 목적을 기업의 장기적 가치제고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KCGI는 지난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며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배당정책,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및 급격한 주가부양을 통한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회사 발전 및 가치 정상화에 따른 직원, 주주, 고객의 이익을 제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CGI가 밝히고 있는 펀드의 철학 또한 장기적으로 주주와 기업,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쪽을 지향한다. KCGI는 회사 이름의 앞 글자를 따 △한국적 특성 및 정서를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의 문화전도사(Korean culture-maker) △경영권 분쟁보다는 견제와 균형으로 주주권익을 추구하는 감시자(Cohesive sentinel)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성장 도우미(Growth helper) △장기투자를 통한 지속가능경영의 동반자(Investment partner)를 추구한다고 운용 철학을 밝히고 있다.
주로 구사할 운용 전략으로는 'GSE'를 제시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전략(Governance improvement strategy) △기업승계 전략(Succession strategy) △ESG 책임투자 전략(Esg responsible investment strategy)로 대변된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비효율적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지배구조의 개선과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대주주로서 바이아웃(Buyout)을 하거나 2~3대 주주로서 액티비즘(Activism) 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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