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스튜어드십코드 정착 기회" 자산운용사들 반색 "주주행동, 외국계 헤지펀드 전유물 아니야"
서정은 기자/ 김슬기 기자공개 2019-01-25 08:49:13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4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용을 적극 주문하자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주권 행사 문화가 국내 금융회사들에게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등에 업고 스튜어드십코드가 국내에서도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주문했다. 대기업 대주주의 위법 및 탈법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후보 시절 재벌개혁 공약 중 하나로 스튜어드십코드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에 국민연금의 경영참여에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언급 수위를 높이기까지 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강성부펀드를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망설이던 금융사들을 더욱 자극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연금이나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겠냐"며 "특히 투자 대상인 상장사들과의 이해관계로 주주권 행사를 망설이고 있던 곳들도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주체가 소로스나 엘리엇 등 외국계 펀드여서 생기는 반감이나 거부감 등이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 기업의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여론이 더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강성부 펀드가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국민연금까지 가세하면 주주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한진을 통해 주주권 행사가 통하게 되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도 "그동안 외사를 중심으로 주주권 행사가 이뤄지다보니 국내 상장사들은 국부유출이라는 논리를 통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부정적으로 해석해왔다"며 "국내 기관들이 나서게 될 경우 기업의 대응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업계 또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감을 표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국민연금의 대기업 경영 참여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경영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운용사 부대표도 "그간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어떠한 권리행사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정치적으로 주주행사를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시장의 합리성을 위해서 최소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한 방향성 제시 측면에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사례만 봐도 아베 총리가 스튜어드십코드를 여러번 언급하자 다수 기관들이 이를 따랐음을 고려할 때 국내 기관들의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이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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