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맏이 이인희 한솔 고문, 재계 존경 품고 별세 형제 갈등 조정자 역할, 대그룹 키워낸 리더십 경영인 모범사례
구태우 기자공개 2019-01-30 13:47:18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가 맏어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챙기던 든든한 맏이였다. 삼성가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두고 동생이 갈등을 벌일 때도 이 고문은 중재자 역할을 했다. 삼성과 CJ는 화해하지 못한 채 맏이이자 큰 어른인 이 고문을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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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은 국내에서 손 꼽히는 여성 경영인 중 한명이다. 삼성가 살림을 섬세하게 챙겼던 그는 담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한솔그룹을 경영했다. 국내 최초로 순 우리말 이름을 단 기업인 한솔제지를 설립한 일화는 유명하다.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삼성그룹에서 받아 한솔그룹으로 키워냈다. 한솔그룹은 제지·물류·IT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이 고문 아래 쑥쑥 자랐다. 삼성에서 분리된 지 15년 만에 1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리틀 삼성'으로 불렸던 한솔그룹은 재계 서열 11위(자산규모 9조3970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자산총액이 27.5배 늘어났다. 1998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일부 계열사를 분리했다. 현재는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를 비롯해 7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현재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57위다. 자산총계는 1조4228억원이다.
이 고문은 한솔그룹의 뜻처럼 일생을 살았다. 한솔의 뜻은 큰 소나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이 고문을 가리켜 선인장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선인장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는데 이 고문 또한 동생들의 큰 버팀목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이 고문을 가리켜 "쟤(이인희 고문)가 아들이라면 무슨 근심 걱정이 있겠나"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일화도 있다. 이 고문은 딸이었던 탓에 삼성의 후계자가 되진 못했다.
이 고문은 장녀답게 평소 삼성가의 화합과 형제 간 우애를 강조했다. 집안일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유산상속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2012년 이병철 회장의 유산상속 문제가 불거졌을 때 명확한 입장을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이 고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유산상속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1987년 재산상속 문제가 정리됐고, 재산 문제로 형제끼리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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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의 담대함과 꼼꼼함은 한솔그룹 경영에서도 묻어났다. 한솔이 종합레저산업에 진출, 오크밸리 건설에 착수했을 당시 임원이 모델하우스를 실제 객실보다 크게 시공하자고 제안했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관심을 얻기 위해 관행적으로 모델하우스를 크게 시공했다. 이 고문은 "정직하지 못하면 기업이 오래가지 못한다"며" 실제와 하나도 다름없이 시공하라"고 못박았다. 이 고문이 경영 전반을 챙기는 동안 한솔그룹이 비위혐의로 송사에 휘말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고문은 재계에서 큰 어른으로 통한다. 1929년 생인 이 고문은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낸 데다 단일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삼성가의 맏이로서 삼성, CJ, 신세계의 성장을 지켜 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제들이 화해하는 장면은 보지 못하고 별세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병상에 있는 점도 안타깝게 하는 대목이다. 이 고문이 사회공헌에 힘썼던 점은 기업인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고문은 1995년 문화 예술계를 후원하기 위해 한솔문화재단을 설립했고, 2000년 국내 최초 여성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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