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타 테스트'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시작된 용어로 IT 기업이 제품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 소수 사용자들에게 미리 사용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베타테스트는 신제품이 나오기 전 테스트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 소비자의 욕구와 기업 역량의 괴리를 채울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베타테스트 시스템인 셈이다.
브이씨앤씨도 지난해 말 '타다(TADA)'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타다 서비스는 배차 시스템을 통해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배치하고 최적 경로를 통해 효율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다.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경험을 축적해 기존 산업과 적극적인 협업안을 만들겠다'던 브이씨앤씨의 설명에서 베타테스트의 목적과 기능을 엿볼수 있다.
베타테스트는 신제품이 나오기 전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테스트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어쩔 때에는 신제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신제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려는 노력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일반 기업들도 '국민체험단'이라는 형식으로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제조 업체의 물건은 제품을 곧바로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이보다는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업 신청이 세 차례나 보류되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마침내 1월 초 국토교통부 심의를 통과했다. 2014년 한전과 토지 매매 계약을 맺은 이후 5년만이다. 사옥을 지으면 최소 100년은 갈텐데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 더구나 건축물은 준공 전까지는 베타테스트를 통해 고객 반응을 살피거나 문제점을 찾는 시도를 하기 어렵다.
GBC건립이 최종 통과됐다는 발표가 나왔던 시기에 미국에서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가 전해졌다. 이 곳은 맨하탄의 상징이자 관광명소로 잘 알려져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맨하탄에서 77층의 높이와 광화문 소재 서울파이낸스 정도의 연면적을 가지고도 1930년 준공 이후 현재까지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특히 해당 빌딩은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듭하다 1997년 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티시먼스파이어(Tishman Speyer) 품으로 갔다. 지난 2008년에는 지분 90%가 중동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bu Dhabi Investment Council)에 매각돼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와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크라이슬러라는 이름을 쓰며 정체성을 유지한 건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삼성동에 지어지는 건물이 어떤 모습으로 현대자동차 직원들과 서울 시민들, 혹은 관광객들에게 남길 바랄까. 현대자동차 또한 이 건물을 통해 회사의 가치관을 어떻게 형상화해서 보여줄지 고민할 것이다.
개발 컨설팅을 하다보면 건물을 짓기 전에 고민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짧거나, 고민을 위해 소요되는 유무형의 비용을 아까워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중심인 종로에 세워진 대형건물이 통일된 콘셉트 없이 분양된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삼성동에 멋진 작품을 지어올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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