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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19세기 유럽의 양대 은행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2-25 08:25:05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8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세기 유럽의 양대 은행은 오스트리아의 크레디트안슈탈트(Creditanstalt)와 독일의 디스콘토-게젤샤프트(Disconto-Gesellschaft)였다.

1820년에 헝가리제국의 수도 빈에서 로스차일드은행이 설립되었다. 오스트리아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인 SM로스차일드(Salomon Mayer von Rothschild)가 설립한 것이다. 이름이 설립자의 이름과 같이 ‘S M von Rothschild'였던 이 은행은 오스트리아제국의 산업화를 지원했다. 철도와 광산업이 중심이다. 1815년 비엔나 회의의 주역 메테르니히도 이 은행의 신세를 많이 졌다.

SM로스차일드의 아들 안젤름은 이 은행을 물려받아 1855년에 크레디트안슈탈트를 설립했다. 이 은행은 1867년에 탄생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내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1912년에 건축된 이 은행의 우아한 본부건물은 아직 잘 보존되어 사용되고 있다.

1차 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전하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크레디트안슈탈트도 타격을 받게 되었다. 1920년대 말에 주요 거래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금융시장이 침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대공황이 닥치자 크레디트안슈탈트는 1931년에 도산하게 된다.

유럽 최대 은행이 도산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크레디트안슈탈트의 구제를 시도했다. 사회민주당이 제시했던 이 은행의 국유화는 결국 무산되었으나 은행은 사실상 국영기업이 되었다. 정부가 크레디트안슈탈트를 비엔나은행(Wiener Bankverein)에 합병시켰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은행의 도산은 옆 나라 독일에도 타격을 가했다. 독일은 모든 은행의 영업을 며칠 동안 중지시켰고 강력한 외환규제제도를 도입했다.

히틀러와 나치당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결국 이 은행은 1938년에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강제 병합하면서 문을 닫았다. 로스차일드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로스차일드는 체포되었고 은행의 도산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데 대한 책임을 추궁당했다. 로스차일드는 모든 재산을 뺏기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2차 대전 후 이 은행은 오스트리아 정부에 의해 국유화되었다가 정상 궤도에 오른 후 다시 민영화되었다. 1989년 말부터 경영이 어려워져서 여러 은행들의 인수 후보가 되었는데 1997년에 정부 보유 지분이 오스트리아은행(Bank Austria)에 매각되었다. 두 은행은 2002년에 합병해서 ‘Bank Austria Creditanstalt'가 되면서 독일 히포은행(HypoVereinsbank) 그룹의 계열은행이 되었다. 그런데 히포은행은 2005년에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딧(UniCredit)에 넘어갔고 2008년에는 크레디트안슈탈트라는 이름이 153년 만에 사라졌다.

김화진 교수
한편, 디스콘토-게젤샤프트는 1851년에 베를린에서 설립되었다. 19년 후에 도이치은행이 설립될 때까지 유아독존이었다. 그리고 1929년에 도이치은행과 합병할 때까지도 독일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다. 후일 프러시아 재무장관이 된 한제만(David Hansemann)이 설립자다. 합병 후에도 1937년까지는 두 은행의 이름을 병기했었다.

이 은행은 주로 러시아, 루마니아, 중국, 일본 등지의 철도산업을 지원하면서 성장했다. 투기성이 높았던 카메룬과 베네수엘라의 철도도 지원했는데 나중에 골치를 썩이게 된다. 19세기 말엽에는 전 세계에 거의 90개의 지점을 냈다. 독일 최대 은행으로서 디스콘토-게젤샤프트는 독일의 광산업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유럽의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으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유니버설뱅크였기 때문에 디스콘토-게젤샤프트는 1908년 현재 92개 기업의 이사회에 진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은행은 요즘에나 볼 수 있는 적극적인 M&A로 성장했다. 거의 매년 다른 은행을 인수했던 것이다. 1895년에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Norddeutsche Bank)을 인수했고 1901년에서 1928년 사이에는 쾰른의 샤프하우젠은행(Schaaffhausen'scher Bankverein)을 포함, 무려 15개 은행을 인수했다. 역사가 17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샤프하우젠은행은 독일 최초의 주식회사형 은행인데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최초의 은행이기도 하다.

1929년 도이치은행과 디스콘토-게젤샤프트의 합병은 당시 사상 최대의 금융기관 간 합병이었다. 마치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합병한 것 같았다. 비용 절감이 가장 큰 이유였고 1920년대에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대형화를 위한 M&A 붐도 영향을 미쳤다. 도이치은행은 이 합병으로 그 얼마 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공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갖춘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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