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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 '질타' 쏟아진 현대중공업 '고별 주총' 주주·노조, 안건마다 보이콧…가삼현 대표이사 진땀

울산=구태우 기자공개 2019-03-26 16:43:26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45기 정기 주주총회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논란으로 의안마다 이의가 제기돼 진통을 겪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와 노조의 반발에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평소 30분 안에 끝나던 주주총회는 이날따라 1시간 이상 이어지면서 난항을 거듭했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오전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가 대표이사는 대우조선해양 논란을 의식한 듯 당부의 말로 모두발언을 끝맺었다. 가 대표이사는 "동이 트기 전 새벽 같은 지금의 고비를 넘어간다면 현대중공업은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의 조선해양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세계 제일의 위상을 되찾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사실상 현대중공업 사명으로 하는 마지막 정기 주주총회였다.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이뤄질 경우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사업부문)은 비상장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존속법인은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해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꾼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대대적인 개편을 의식한 듯 이날 주주총회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을 지적하는 질의로 채워졌다. 주주총회 안건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된 안건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주주총회까지 불똥이 튀었다.

가삼현 대표이사
가삼현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사외아사 선임 안건 등 5가지 의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매 안건마다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노조와 일부 주주의 이의가 제기됐다.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노조 조합원의 질의가 대부분이었다. 조선업 수주 절벽이 시작된 2014년부터 한차례도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대주주 중심의 배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회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은 과거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재직한 이력이 문제가 됐다. 윤 회장은 과거 외환은행장을 역임했다. 윤 회장이 퇴임 후 외환은행 매각 관련 소송을 대리한 세종의 고문으로 활동해, 감사위원을 맡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주주들은 안건마다 제동이 걸리자, 안건을 박수로 통과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의안은 진통 끝에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이른바 '난장판' 같았던 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불거질 직원의 고용·처우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국내 2위의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향후 업황이 나빠질 경우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다. 2017년 지주사 전환을 위해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하고,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주주와 노조의 우려를 개의치 않고, 의사 결정을 '마이웨이(일방통행)'식으로 하고 있다는 불만이 주주총회에서 나온 것이다. 경영 현안을 대표이사에게 질의할 수 있는 자리가 주주총회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인 김모씨는 "종업원과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한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가 대표이사와 한영석 사장은 물적분할을 하는 게 맞는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해달라"고 말했다. 가 대표이사는 "종업원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의 구성원은 저의 소중한 가족"이라며 "경영을 하면서 가족을 배제하고 하는 사람은 없고 항상 같은 생각을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사실상 노조가 장악한 자리였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 주주총회 시작 전에 박근태 노조 위원장에게 모두발언의 기회를 줬다. 박 지부장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합쳐졌을 때 앞서 4년 동안 진행됐던 구조조정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며 "중간합작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되면 구성원과 주주가 힘겨운 날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다루는 임시 주주총회는 파행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하고, 조영철 현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을 한국조선해양의 합작법인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노조가 물리력을 통해 주주총회 개최를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조66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선가 하락으로 선박을 건조해도 수익을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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