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모 리츠 실종…활성화 대책 무색 [Market Watch]홈플러스 공모철회 여파…제도 개선 필요
전경진 기자공개 2019-04-19 07:59:06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가 올해 리츠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롯데그룹 역시 연내 리츠 IPO 진행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의지와는 별개로 공모주 시장에서 대형 공모 리츠 딜이 사라지고 있다.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분리 과세 등 개인 투자자 청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인책도 필요하단 입장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연내 리츠 IPO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14일 공모철회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재공모를 모색했지만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2월 28일부터 3월 13일까지 2주일간 수요예측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기관 청약 물량을 채우지 못해 IPO를 중단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의 공모 물량이 지나치게 컸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공모주식 수만 총 3억4547만8280주였다. 이중 80%를 국내외 기관투자가 몫으로 배정었다. 공모액 규모는 최소 1조5650억원에서 최대 1조7274억원에 달했다.
롯데그룹도 야심차게 준비해오던 리츠 IPO 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재 연내 공모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리츠 IPO 주관사 선정 역시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복수의 증권사들로부터 리츠 시장 상황과 IPO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받곤 있지만 주관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지 않았다.
이는 1분기 롯데가 보여온 '속도전'과는 대비된다. 롯데그룹은 2월 리츠 운용을 책임질 롯데AMC를 설립을 진행했다. 3월 AMC인가 취득 후에는 채 한달 도 안돼 롯데 리츠 설립 인가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했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리츠의 3월 공모 일정에 맞춰 롯데그룹이 IPO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아울렛 등을 기반으로 리츠를 설립해 상장시킬 계획을 세운 후 공모 일정을 검토해왔다.
시장에서는 대형 공모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여건 개선이 필요하단 평가다.
가령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을 집행할 때 사용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내부 투자 심의 위원회가 투자처에 따른 목표 수익률, 위험도 등을 꼼꼼히 검증해 자금 집행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츠에 대한 분류가 불명확하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리츠를 주식 투자로 분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주식 투자의 경우 주가 수익률 등을 기초로 투자 가능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리츠는 대표적인 배당성향의 장기 투자처다.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츠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다 장기 보유 경향이 있어 일 거래량자체가 적다. 거래가 활성화되는 종목이 아닌 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도 다른 종목 주식보다는 낮은 셈이다. 이는 목표 주가 수익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재 다수의 기관 투자가들이 리츠 투자 참여에 나서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기관투자가의 투자 분류 체계에 '리츠'가 따로 구분돼 있다"며 "연기금 등 자본시장 '큰손'들조차 내부 심의에 막혀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만큼 우선 정부가 마중물 차원에서 연기금들의 투자 분류 체계 부터 수정해줄 필요가 있다 "고 설명했다.
최근 일반투자자들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점이다. 하지만 '분리과세'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한 대규모 공모 리츠가 소화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산가들의 청약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기관 청약만으로 공모주식을 모두 소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개인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을 타 종합소득과 합산,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리츠의 평균 연 배당수익률이 7%인 점을 감안하면 자산가들이 자칫 대규모 청약에 나섰다가 과중한 세금을 물 수 있다. 실제 이랜드리테일이 추진한 이리츠코크렙 IPO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일반 청약에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했었다.
시장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의 공모 철회가 롯데, 신세계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까지 막고 있는 모양새"라며 "시장 여건이 개선되기 까지 대규모 공모 리츠가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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