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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은, 1.6조 지원 속내는…당근과 채찍 [아시아나항공 M&A]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통큰 지원...부실 대기업 오너 '경고' 관측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26 09:07:41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예상보다 많은 실탄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부실기업에 대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란 결단을 내린 만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금호고속에 대한 통큰 지원에도 나서면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향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는 뜻으로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다고 23일 밝혔다. 우선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매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한다. 영구채 매입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맡기로 했고, 매입 비율은 7대3이다.

또 한도대출(크레딧 라인)로 8000억원, 보증한도(Stand-by L/C)로 3000억원을 지원한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기간 경영불안을 해소하고 항공기 운항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공여 방식으로 대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금호고속에 브릿지론(Bridge Loan) 형태로 1300억원을 지원한다. 매각을 앞두고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순으로 이어진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 13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고 이달 25일 만기다.

자칫 금호고속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금호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게 산업은행 측의 설명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금호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브릿지론을 제공해 금호고속이 제2금융권 대출을 상환하면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설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선 예상보다 많은 지원 규모에 정부와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기업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대주주 스스로 진다면 충분한 지원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공론화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3년 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후에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5000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와 산업은행은 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으로 화답한 셈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부실의 원인을 지배구조로 보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며 "결과적으로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도 나서면서 오너의 통 큰 결단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이) 지지해 주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 파산절차를 밟은 한진해운과도 비교된다. 당시 한진해운은 국내 1위이면서 국제 해운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주주에 책임을 물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의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금융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경우 사재출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정부와 산업은행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자 정부가 원하던 그림"이라며 "향후 기업 부실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문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무작정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무산됐을 경우도 고려해 지배구조 측면에서 대비도 했다.

보통주 전환을 조건으로 내건 영구채를 매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30% 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바뀐다는 뜻이다. 사실상 향후 재매각 과정에서 박 전 회장 측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산업은행은 박 전 회장 일가와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과 특별약정을 맺고 매각 무산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안정장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지원이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과거 경영에 실패해도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재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에 실패한 오너의 경우 주요 계열사 매각과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처리방안이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오너에 대해선 지원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오너에 대해선 철저하게 금융논리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정부와 산업은행이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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