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돈먹는 하마'…깨진 장밋빛 전망 [시내면세점 엑소더스]①치솟는 '송객수수료' 출혈경쟁…경쟁 심화 속 신규특허 추가 부담까지 가중
김선호 기자공개 2019-05-07 09:19:48
[편집자주]
2015년 신규 면세점 사업권(특허권) 획득을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4년이 지난 현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조차도 면세점 출혈경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로 신규 사업자들에게 시내면세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가 시장 점유율 80%을 넘어선 가운데 신규 면세점들의 사업성을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30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졌다. 2015년부터 유통 강자부터 비유통 사업자까지 너도나도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며 뜨거운 특허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2배 이상 늘어나자 출혈경쟁이 심화됐다. 최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 전면 중단 계획을 발표하며 '엑소더스'의 포문을 열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2015년 이전만 해도 서울 지역에는 6개 시내면세점이 운영됐다. 2015년 3개, 2016년 4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가 추가됨에 따라 최근 2배 이상인 13개 시내면세점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럼에도 신세계디에프를 제외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탑시티면세점 등 신규 면세점의 점유율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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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예고된 '출혈경쟁'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3개가 발급됐다. 유통 강자로 일컬어지는 롯데와 신세계도 참전했으나 최종적으로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하나투어)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면세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3개 면세점 사업자가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중 2015년 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하기 위한 관세청 특허심사가 개최됐다.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명동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기간이 만료됨에 따른 후속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였다.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는 보유 중인 면세점 특허를 수성하는 방어 전략을 세웠다. 도전자는 신세계백화점의 신세계디에프와 두산이었다. 당시 두산의 '도전장'은 면세시장에 놀라게 했다. 유통 사업을 진행하지 않던 두산이 동대문 두타몰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면세점 후속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되자 면세시장은 뒤집혔다. 호텔롯데가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지켰으나 월드타워점을 잃었으며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수성하지 못해 면세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신해 신세계디에프와 두산이 특허를 획득했다.
이로써 서울 지역 면세시장에 롯데, 신라, 동화면세점에 이어 2015년 특허를 획득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 두산까지 가세하게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에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여기에 2016년 관세청은 서울 지역에 4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더 추가했다. 2015년 이전에 6개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13개로 늘어난 때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부활을 위해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시며 면세사업을 불가피하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신규 특허를 획득하며 재개장했고 신세계디에프의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신세계센트럴시티),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점), 탑시티면세점(신촌민자역사)이 특허를 품에 안게 됐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제외한 3개 면세점은 지난해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오픈해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치솟은 '송객수수료'…브랜드에선 입점 꺼리기도
늘어난 면세점 숫자만큼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자 서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올렸다"며 "신규 면세점이 본격적으로 오픈해 영업에 들어간 2016년부터 송객수수료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이 여행사·가이드에게 관광객 모객 대가로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2017년 1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엔 1조3181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면세점으로선 초기 투자 비용에서부터 막대한 마케팅 비용까지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면세유통 채널이 늘어나자 브랜드 측에선 입점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면세품 공급업체 입장으로선 면세점 매장을 확장 시 인테리어와 인건비 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면세점에 보따리상 매출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입점해봐야 시장 교란이 야기될 수도 있을 뿐더러 브랜드 가치도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내면세점에선 명품 브랜드 유치에 힘썼으나 궁여지책으로 병행수입을 통해 럭셔리 패션 상품을 들여왔다. 면세점 차별화를 위해 희소한 명품 제품이 필요하지만 브랜드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업계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은 1조8359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은 약 86%인 1조58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외형은 커졌으나 출혈경쟁으로 '돈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내실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서울 지역에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를 또 다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는 시내면세점이 더 늘어날 시 이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같이 면세사업을 접는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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