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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합격점' 한국화장품제조 고민은 [코스메틱 주도권 쥔 ODM]②공동창업자 가문, 3세 경영체제 본격화…얽힌 지분관계 실타래

이충희 기자공개 2019-05-31 08:30:01

[편집자주]

사드 사태 후 위기를 맞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과 달리 ODM업체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 채널 중심이 이커머스와 H&B스토어로 이동하면서 수많은 중소 브랜드가 생겨난 게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이면에는 ODM 업체들의 지난한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노력도 숨어있다. 화장품 ODM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내 대표 업체들의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9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은 두곳 모두 비교적 건실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시장 확대에 매년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는 한국화장품제조의 곳간에는 현금이 쌓이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오너 일가의 복잡한 지분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이자 사돈 관계였던 임광정 전 회장과 김남용 전 회장 이후 2~3세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다. 다수 자녀들이 지분을 나눠갖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향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오너십을 구축하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재무제표에서도 드러난 ODM 강세

작년 말 기준 한국화장품제조의 전체 금융부채 잔액은 약 19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중 단기차입금이 40억원, 유동성장기부채는 39억원으로 당장 갚아야 할 부채 규모도 크지 않다. 연간 지출되는 이자비용은 3억원에 못미쳐 탄탄한 재무 여건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50%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엔 42%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익잉여금이 매년 조금씩 불어나 지난해 342억원으로 커졌던 게 부채비율 하락 배경이었다.

한국화장품의 재무 건전성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매년 80% 안팎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ODM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다수 고객사를 확보한 한국화장품제조보다는 상황이 열악한 편이다. 특히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8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업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화장품부채비율

2010년 한국화장품이 론칭한 브랜드 '더샘'을 중심으로 판매업을 주로 하고 있는 만큼 최근 심화된 브랜드 간 경쟁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여건 탓에 한국화장품은 장기간 보유중이었던 경기 부천 소재 인재개발원을 최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빠르게 자산 유동화를 결정한 것이다.

토지와 건물을 합한 총 매각대금은 165억원으로 주식회사 하이트맨션이 인수했다. 이 부지는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신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는 개발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씨·김씨 창업자 집안, 계열분리 신호?

현재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은 두 창업자 자녀인 임충헌 회장과 김숙자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의 경우 임충헌 회장이 11.5%, 김숙자 회장이 11.2% 지분을 보유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이용준 부회장이 10.99% , 임 회장의 장남 임진서 부사장이 5.6% 지분을 보유하며 뒤를 잇고 있다.

한국화장품 지분 구도도 한국화장품제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화장품제조가 20%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임충헌 회장 11.5%, 김숙자 회장 11.7%, 이용준 부회장 4.7% 등이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 다만 임진서 부사장을 포함한 임 회장의 자녀들은 지분율은 매우 낮다.

한국화장품지분율

업계에서는 두 창업자 가문의 지분 역학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3세 시대가 본격화한 만큼 두 가문의 공동 경영 체제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회사는 이용준 부회장과 임진서 부사장 중심으로 경영 환경이 재편돼 있다.

특히 임씨 일가와 김씨 일가가 대략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계열분리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까지 각각 화장품 제조와 판매로 이뤄지는 단순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는게 계열 분리 전 우선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숙자 회장과 이용준 부회장을 비롯한 김씨 일가의 소유 지분이 다소 높은 만큼 향후 오너십 구축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3세 자녀들의 경영이 시작됐고 오너일가 내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분도 나눠갖고 있다"면서 "임씨 일가와 김씨 일가는 어떤 방식으로 회사 소유권을 나눠가질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화장품제조 관계자는 "최근 두 오너가의 계열분리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특별히 코멘트 할 것이 없다"면서 "지분 변동 내용이 있으면 공시를 통해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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