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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을 움직이는 사람들]김영무·장수길 의기투합, 최고 로펌 반열 올라①서구식 모델 들여온 1세대…초창기 기틀 닦아

김혜란 기자공개 2019-06-04 08:08:23

[편집자주]

1973년 설립된 김·장 법률사무소는 명실상부 국내 1위 로펌이다. 미국 로펌의 한국식 모델을 국내 처음 도입한 김영무 대표 변호사는 초기부터 기업 자문 부문에 주력했다. 이후 김앤장의 기업 자문 그룹은 시대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1세대' 창업자 그룹과 1970~1980년대 외자 유치에 공을 세운 2세대가 초창기 김앤장의 기반을 닦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M&A팀의 중심인 3세대, 그 뒤를 잇는 4세대까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는 국내·외 로펌(법률회사) 업계에서 보기 드문 '오너 중심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73년 김앤장을 세운 김영무 대표변호사가 45년 넘게 확고한 오너로 김앤장을 이끌어왔다. '파트너십'이 구축된 국내 다른 로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 변호사는 김앤장의 역사이자 저물지않는 태양이다.

그만큼 설립자이자 오너, 로펌 내 최고참 선배로서 여전히 김앤장 내부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그가 탁월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김앤장을 업계 선두로 올려놓은 주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도 김앤장 조직은 김 변호사를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 설립자들, 서구 모델로 한국식 로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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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영무, 장수길 변호사 (출처:김앤장 홈페이지)
1973년 겨울, 서울 광화문 구세군빌딩에 '김앤장(KIM&CHANG)'이란 간판이 내걸렸다.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로스쿨 학위를 받은 김영무 변호사가 서울법대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차린 법률사무소였다.

1942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2회)에 차석 합격한 뒤 사법대학원(사법연수원 전신)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당시 미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들어간 유학생들이 법학석사(LLM) 과정을 밟은 것과 달리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를 받았다. 이 점에 착안해 김앤장 변호사들은 김영무 '박사'라는 호칭을 붙인다.

장 변호사는 김앤장 합류 전 법조계 안팎에서 '소신파 판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1969년 판사로 임관했지만 1971년 '신민당사 농성사건' 가담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 2년 뒤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김 변호사는 법복을 벗고 실의에 빠져 있던 장 변호사에게 서구식 로펌을 만들어보자며 동업을 제안한다. 그해 겨울, 당시 31세 젊은 변호사였던 두 사람은 합동사무실을 열고 서로의 성을 따 로펌 이름을 지었는데 이것이 김앤장의 시작이다.

두 설립자는 영·미계 로펌의 한국식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설립 초기부터 기업 법무에 집중하며 전문화와 대형화를 꾀했다. 두 설립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재 영입이었다. 해외연수를 약속하면서 사법연수원 출신 후배들을 끌어모았다. 1976년 사법연수원 수석이었던 정계성(6기) 변호사가 합류했다. 그는 '김앤장 1호 연수생'이 돼 1982년부터 1년 동안 미국 뉴욕의 로펌 셔먼앤스털링(Shearman & Sterling)에서 경험을 쌓았다. 젊은 변호사들을 해외 로펌이나 로스쿨에 보내는 내부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군법무관을 마치고 김앤장에 합류해 실무 경험을 쌓은 뒤 6년 차 정도 됐을 때 해외 연수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정계성 변호사 합류 이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매년 두 세 명씩 김앤장으로 모여들었다. 이재후(고등고시 13회), 정계성(사법연수원 6기), 정경택(7기), 신희택(7기) 변호사가 연이어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벤처기업' 격이었던 김앤장에 판·검사 임관을 포기하고 합류한 이들이 김앤장의 '1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 1세대 변호사들이 오늘날 국내 1위 로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자본 대리로 덩치 키운 초기…현대경제사와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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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재후, 정계성, 정경택 변호사

1세대 변호사들은 1970~1980년대 국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외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국책은행과 기업을 중심으로 차관 도입이 봇물 터졌다. 정부의 중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선박금융과 수출금융, 건설금융 등 법률 자문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김앤장은 1970년대 대한항공(5억달러)과 호남정유(2억달러) 등 국내 기업들의 차관 도입 업무를 수행하며 명성을 쌓아나갔다. 특히 1970년대 후반, 씨티은행 고문을 맡으면서 김앤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이후 체이스맨해튼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도쿄은행 등이 김앤장에 자문을 구했다.

1980년대 들어선 국내 기업의 해외 자본 합작투자가 활발해졌고 금융·증권 분야 자문 업무가 눈에 띄게 늘었다. 김앤장은 1983년 미국GM이 대우자동차에 6000만달러를 투자할 때도 도움을 줬다. 이때부터 해외 로펌이나 금융기관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은 것이 경쟁력의 토대가 됐다는 게 김앤장의 설명이다.

김앤장의 '도제식 문화'가 자리 잡은 것도 1세대가 활약했던 이때부터다. 파트너(Partner) 변호사와 주니어 어쏘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가 팀을 이뤄 팀플레이(team play)로 업무를 수행했고, 주니어 변호사들은 기라성 같은 시니어들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기업 자문 총괄책임 정경택·정계성 변호사 구심점


김앤장은 김영무 박사를 정점으로 정계성·정경택 변호사가 자문 분야를, 장수길·이재후 변호사가 송무(소송 업무)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앤장의 1세대 변호사들이 각자의 전공을 갖게 된 건 오래전 일이다. 1970년대 당시부터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이재후 변호사와 판사 출신 장수길 변호사는 민사와 상사, 형사소송 등 송무 관련 업무를 도맡아 했다.

현재 기업 M&A 분야 수장인 정경택 변호사는 초창기부터 M&A와 공정 거래 업무 분야로 특화됐다.1983년 GM과 대우자동차의 합작투자,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지분 인수, 1997년 미국 P&G의 쌍용제지 인수 등 역사적 M&A를 주도하며 김앤장의 간판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정경택 변호사는 1980년대 공정거래법 입안 작업에 참여한 이후 계속 이 분야에서 일해 온 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김앤장 M8A 팀을 이끌며 변호사들 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랜드마크 딜의 경우 어떻게 팀을 꾸릴지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도 정경택 변호사가 내린다.

1세대 변호사들은 현재는 실무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중요한 정책적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M&A 자문은 노동과 조세, 공정거래, 금융 관련 다양한 법적 문제와 얽혀있다. 변호사 경력 40년이 넘는 김영무 변호사를 비롯해 1세대들은 M&A 과정에서 실무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때 2, 3세대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정경택, 정계성 변호사는 김앤장 지도체제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김앤장의 대외 활동은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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