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20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랫 만에 경영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주말에 사장단을 소집해 '비상' 경영회의를 갖고 삼성의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부회장의 경영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등 각종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도 있다.
키워드는 '10년' '수성' '창업'이다. 10년 뒤를 준비하라는 메시지가 첫 일성이다. '수성'하지 말고 새롭게 '창업'을 하라는 당부를 했다.
10년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09년 한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겪던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매출 138조원에 영업이익 11조원을 기록했다.
현재 삼성의 체급은 10년전에 비해 몇 단계 더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43조원, 영업이익은 58조원이었다.
'수성'만 해도 될법하다. 10년전에 비하면 이익은 5배 이상 늘었다. 이정도 이익을 내면서 '위기론'을 운운하는 것은 엄살이란 비아냥도 들린다.
하지만 생명체와 같다는 기업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삼성의 위기는 엄살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원 규모다. 2009년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많아졌지만 1년 전인 2018년 1분기 15조원 규모의 이익에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기업은 한번 몸집을 키우면 다시 줄이기 힘들다. 생산 설비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미 그만한 사이즈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투자까지 약속했다. 24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다시 130조원의 회사로 되돌릴 수는 없다. 조단위 이익이 나더라도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삼성은 수성하는 쪽에 가까웠다. 몸집은 커졌지만 새로운 창업은 별로 없었다.
2009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상 사업 목적은 TV· 모니터· 프린터· 에어컨· 냉장고· 3G폰· 메모리반도체·시스템 LSI· LCD디스플레이 패널 등이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선 프린터가 빠졌고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더해졌다. 하만 인수가 이뤄진 뒤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스피커 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3G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주력 제품은 대동소이하다.
10년 뒤 삼성은 새로운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변화를 해야 하고 사업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직을 바꾸고 사업구조를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이같은 의사 결정을 할 시간에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으로선 10년 뒤 삼성은 암담해 보인다. 이 부회장의 비극이고 삼성맨의 비극이고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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