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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기 사장단회의 부활 시킬까 이재용, 계열사 CEO 릴레이 미팅…'상시 회의체 필요' 목소리

김장환 기자공개 2019-06-25 07:57:36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4일 1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들어 각 계열사를 잇따라 방문하며 경영진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경영에 복귀한 후 그동안 계열사 사장들과 공식 만남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업상 묶여 있는 정·재계 인사와 면담과 해외 순방 등 일정은 직접 챙겨 왔으나 경영은 각 계열사 CEO에게 맡기는 양상을 보였다.

이 부회장이 최근 각 계열사 경영진과 만남을 릴레이로 이어가고 있는 건 그만큼 사업적으로 '위기감'이 높다는 점을 의식한 처사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 등 삼성은 다방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례적으로 주말에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삼성의 정기 '사장단 회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정기 사장단 회의는 의사결정 기구라기보다 전문가 특강을 듣기 위한 시간에 가깝다. 사업지원TF의 역할이 축소되면 사장단 회의를 부활해 사장단 간 의사결정 기구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 본사를 방문해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과 최성안 엔지니어링부문 사장 등을 만났다. 이후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현장 경영' 행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를 방문해 김기남 부회장 등 반도체(DS) 부문 임원진과 미팅을 가진 이 부회장은 이달 13일에도 이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후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고동진 사장 등을 만나 IT·모바일(IM) 부문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 받았고, 17일에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윤태 사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경영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이례적으로 사장단을 소집하며 비상 경영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각 계열 및 관계사 사장단의 최근 만남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건 이 부회장이 최근 몇 년 새 이 같은 행보를 공개적으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경영 일선에 돌아온 이 부회장은 계열사 경영을 각사 경영진에게 전면 맡기는 양상을 보여줬다. 정부와 경제인의 만남, 방북 등 일정은 직접 나서 챙겼으나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공식 만남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삼성이 사업적으로 다방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실적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각 계열사 전반도 외생변수를 비롯해 경제성장률 정체 탓에 불안한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를 고려해 정기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 사장단 회의는 매주 수요일 계열사 사장들이 한데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CEO 전원 회의체 성향의 기구였다.

사장단 회의가 공식 기구로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주로 전문가 특강을 듣고 사장단 간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의 역할을 했다.

수요 사장단회의는 '1등이 되고 싶으면 1등에게 배워라'는 이건희 회장 지론이 반영돼 만들어졌다. 사회 저명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본업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성의 정기 사장단 회의의 부활을 지적하는 것은 과거와 다른 역할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핵심 역할을 이어왔던 사업지원TF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휩싸여 일부 업무 마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지원TF 임원 수명이 구속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지원TF의 업무 마비시 이를 대체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삼성 안팎의 지적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사장단 회의가 부활해 의사결정기구로 확대된다면 일정 수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 측은 아직까지 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가 필요하다는 안팎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사실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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