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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미, 기술수출 희비 '콜라보 능력의 차이' "오픈이노베이션 접근법 달라"…지배구조 차이도 한몫

민경문 기자공개 2019-07-05 08:41:31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4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제약사 2곳이 바이오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한양행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에 대한 기술수출(L/O)로 침체일로였던 국내 바이오 업계가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틀만에 한미약품의 비만·당뇨병 치료제의 권리 반환 소식이 전해졌다. 주식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전문가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둘러싼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지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다수의 L/O 성과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인력 이탈도 적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비교적 후발주자였지만 국내외 바이오업체 그리고 투자자와의 '콜라보'를 강조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까지 코스닥을 중심으로 바이오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기대에 못 미쳤던 에이치엘비 위암신약의 임상3상 결과 등이 한몫을 했다. 반전의 주인공은 유한양행이었다. 7월 첫날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를 기술 이전한다고 밝혔다. NASH를 치료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 기술수출이었다.

역시 제약업계 큰형님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코스닥도 이에 반응하며 바이오업체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바이오테크 지원 방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시장은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틀 뒤 장 마감 이후 한미약품의 공시 하나로 업계는 다시 싸늘해졌다. 2015년 얀센에 이전했던 비만·당뇨병 치료제 권리가 반환됐다는 내용이었다.

1230억원의 기수령 계약금은 유효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웠다. 그 동안 5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기록했던 한미약품이었지만 이번 얀센의 권리 반환으로 남은 파이프라인은 두 개 정도다. 일부에서는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 거래액이 1조원이 넘었던 만큼 애널리스트들도 한미약품의 기대 밸류에이션을 재조정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비만·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지적한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비만·당뇨·지방간은 차례로 오는 질환으로 글로벌 신약이 쉽지 않은데 시장이 200조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당시 빅파마들이 가능성만 보고 L/O를 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판중인 비만치료제 삭센다 역시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에서는 한미약품이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한미가 국내 L/O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한 건 맞지만 더 중요한 후속 대응"이라며 "2015년 빅딜 이후 연구진 등 인력 일부가 빠져나가면서 기존 L/O 관리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 제넥신 등과의 R&D 협업을 중시하고 여타 VC와도 공동 투자를 이어가는 반면 한미약품은 상대적으로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연구개발비에 2000억원을 쓰고 한미벤처스 등의 투자 자회사를 갖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지배구조 차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한재단 등이 대주주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유한양행과 달리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을 중심으로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까지는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이 긍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를 최종 목표인 신약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데 유효할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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