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저축은행, 아주캐피탈 M&A '닮은꼴' 매입가 590억…대주주 적격성 심사없이 진행
노아름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19-07-11 18:43:15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0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브플렉스-씨티젠 컨소시엄이 삼보저축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보저축은행을 지배하는 태일 지분거래를 통해 사실상 삼보저축은행의 새 주인이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라이브플렉스-씨티젠 컨소시엄은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없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했을 당시 자회사 아주저축은행에 대한 적격성심사를 받지 않은 사례와 동일하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이브플렉스, 씨티젠은 태일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지난 9일 체결했다. 라이브플렉스-씨티젠이 태일 주식 49만39주(73.14%)와 대여금채권 등을 총 590억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삼보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관계사인 태일 지분을 거래한 것으로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의 주주인 태일과 한일유통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던 회사로 삼보저축은행 보유지분만이 알짜자산으로 평가받았다"며 "애초에 태일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유도 대주주가 삼보저축은행의 영업권 프리미엄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신규인가가 불가능한 특수성이 감안돼 프리미엄이 별도로 붙는데, 서울에 점포 한 곳을 보유한 삼보저축은행은 450억원 상당의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것으로 예측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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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은 부동산임대·유류판매를 주업으로 뒀지만 영업활동을 지속할수록 적자를 내는 구조로, 투자자들은 태일이 종속기업으로 보유한 삼보저축은행을 주요자산으로 판단했다. 타이어도소매가 주업인 한일유통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한일유통은 지난해 연말기준 순자산이 30억원, 매출 5억원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에 태일 대주주는 삼보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원매자와 협상을 이어오다가 최근 라이브플렉스, 씨티젠에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인수 측이 별도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밟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인수주체가 삼보저축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사의 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 6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주식취득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직접지배하는 주주의 변동이 없을 경우 심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을 지배하는 주주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이번 거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대상이 아니며 매년 혹은 2년에 한번 실시하는 대주주에 대한 정기 적격성 심사대상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는 2017년 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04%를 인수할 당시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주적격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던 것과 동일한 사례다. 복수의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은 동일한 케이스"라며 "최상단에 위치한 주주는 바뀌지만 중간 연결고리에는 변동이 없어 최소 3개월이 걸리는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빗겨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명목상 삼보저축은행 인수주체는 라이브플렉스, 씨티젠 두 곳이지만 시장에서는 양사의 주주구성 및 경영진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수자는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업체 씨티젠의 최대주주는 370만4079주(11.45%)를 보유한 라이브플렉스다. 김병진 라이브플렉스 대표이사는 씨티젠의 등기임원으로, 씨티젠 역시 라이브플렉스 지분 일부(3.05%)를 보유 중이다. 씨티젠은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씨티젠은 경북 이외에도 서울권역 저축은행을 품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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