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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한국조선해양, 조선업 공급사슬 '메이드 인 코리아'내재화율 100% 육박, 일본 수출규제 영향 없어

구태우 기자공개 2019-07-16 09:17:05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5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은 국내 제조업 중 국산화 비중이 높은 산업 중 하나다. 선박의 심장격인 엔진과 근육 역할을 하는 후판은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10만여개 부품 중 대부분은 국내 철강사와 협력업체들이 생산한다. 국내 조선3사(社)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에도 높은 국산화 비율로 인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후판 공급사인 신일본제철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데다 일본 선사도 차분한게 사태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을 총괄하는 사업형 중간지주사다.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부문 자회사를 두고 있다. 국내외 경쟁당국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받으면 글로벌 1위와 2위의 초대형 조선사를 보유하게 된다.

경쟁사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한국조선해양의 공급망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 가깝다. 원재료 중 비중이 가장 높은 후판은 국내 철강사가 주로 생산하고, 엔진과 기자재는 현대중공업과 여타 자회사가 생산한다.

후판은 선박에 들어가는 6㎜ 이상 두께의 열연강판이다. 조선소 도크에서 직사각형의 철판을 잘라 용접해 잇는 방식으로 선박이 건조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8000TEU 컨테이너 선박에 1만6000톤의 철강재가 들어간다. 이중 후판의 비중이 80%가 넘고, 봉형강(철근)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후판의 너비가 넓을 수록 용접 횟수가 줄어들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때문에 조선사에 납품할 수 있는 철강사는 소수다.

한국조선해양에 들어가는 후판 물량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부분을 맡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공급선을 다양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본 신일본제철과 중국의 철강사와 후판 거래를 하고 있다. 거래선은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사와 비교해 거래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철강재는 품질은 우수하지만 플랜트 부문의 기자재로 주로 쓰인다. 중국산 철강재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품질로 인해 선주들이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극후물재까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조선업의 국산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3년여에 걸쳐 극후물재의 국내 생산을 추진했다. 극후물재는 조선용 일반 후판보다 두께가 30배 두꺼운 제품이다. 주로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초대형 엔진을 받치는 데 쓰이는데, 규제와 인증절차가 까다로워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제품이다.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도 전량 국내에서 생산된다. 초대형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은 덴마크의 만 에너지 솔루션(Man Energy solution)과 스위스의 빈터 투어 가스 앤 디젤(Winterthur Gas & Diesel)로부터 기술 라이센스를 받아 현대중공업이 생산한다. 현대중공업은 중형 선박 엔진을 독자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변압기와 친환경 선박의 엔진 기자재 등을 자체 생산해 수직계열화가 일부 이뤄진 상태다.

조선업은 용접·조립 등 대부분의 작업을 근로자가 직접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각종 원료 등을 배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업종과 전기전자 업종과 대비된다. 조선업은 연평균 건조선박이 300척 안팎으로 다품종을 소량생산하는 체계다. 주로 후판과 엔진 등 핵심 원자재의 비중이 높고, 부품과 기자재의 비중은 낮다. 조선업의 1~2차 협력업체는 다수의 수요 업체에 납품한다. 자동차 업종은 1차 협력업체도 수직계열화 체계를 형성하는데 이와 대비된다. 예를 들어 조선 기자재 업체인 삼공사는 △사다리 △오일청정기 △방탄창 등을 주로 생산한다. 삼공사의 납품처도 현대중공업 등 다양하다. 산업설비 생산업체인 동화기연, 배관 설비 업체인 유원산업도 같은 구조다.

때문에 조선사는 후판과 엔진 등 핵심 부품만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기자재는 대체재가 많다. 1차 협력업체는 주로 조선사와 관계가 밀접해 경남 지역에 밀집해 있고, 2차 협력업체는 인근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1차 협력업체는 주로 엔진·블록업체 위주고, 2차 협력업체는 주로 의장 및 전기전자 등 조선 기자재 업체다. 이외에 조선사가 노무를 위탁한 도급업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조선사가 공급사슬의 외생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글로벌 조선시장의 호황에 따라 국내 업체를 통해서 받는 조달규모도 크게 달라진다"며 "선체블록의 대형화가 추진되면서 협력업체 내 하도급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며 "100%에 가까운 내재화를 달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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