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여의도 MBC부지 PF 2/3로 줄인 사연은 당장 손해 감수, 금융비용 줄여 중장기 공사비 확보…대주단 원성 듣기도
신민규 기자공개 2019-07-29 13:31: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6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MBC 부지 개발 컨소시엄이 95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모아놓고도 6000억원으로 다시 줄이는 곡절을 겪었다. 시공사로 참여한 GS건설이 막판에 PF 규모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시장에선 대주단 승인 시점에 결정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실무자급이 아닌 임병용 GS건설 사장의 최종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 규모가 과하게 잡히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공사비 확보는 못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수익 면에서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반대로 대주단과 주관사 입장에선 기대수익이 줄어들게 됐다.
당초 신영·NH투자증권·GS건설 컨소시엄은 여의도 MBC 부지 개발을 위한 9500억원 규모의 PF 대출 자금모집을 추진했다. 후분양 개발방식으로 자금을 모으되 선분양으로 전환시 대출 한도설정을 조정하는 조건을 달았다.
자금모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PF 대주단 승인을 받고 기표만 남겨둔 시점에서 상황은 반전됐다. 컨소시엄의 한 축인 GS건설이 돌연 PF 규모를 3분의 2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해서다. 통상적인 PF 절차에는 상당히 벗어난 행보를 보인 셈이다.
6000억원 수준의 PF 자금은 MBC부지에 대한 토지비 납입 수준밖에 안된다. 당장 토지비 납입을 하지 않으면 토지매매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GS건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선 PF 대주단을 비롯한 사업관계자들이 상당한 불만을 GS건설에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PF 대출자금 자체가 토지비 확보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에 공사비 연체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GS건설은 오피스텔 분양대금을 비롯해 PF에서 일부 자금을 확보해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자금여력이 충분해 공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편이다. 높은 신용도와 금리를 감안하면 신용대출로도 자금마련이 가능하다.
이번 결정은 GS건설이 사업 자체의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사업장에 PF 대출 규모가 과도하게 잡히면 재무지표상 부담이 올 수 있다. 만약 오피스텔 선분양에 실패하고 사업이 올스톱하게 되면 9500억원을 모두 채무인수하는 결정은 독이 될 수 있다. 토지비에 해당하는 6000억원의 PF는 토지가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추가로 확보한 자금은 건물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선 대체할 담보가 없어서다.
PF 규모 축소는 향후 사업구도상 GS건설에 유리한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오피스텔 선분양과 초기분양을 통해 토지비에 해당하는 PF 자금만 상환하면 나머지 미분양 물량 상당수에 대해서는 공사비 명목으로 채권자의 지위를 점할 수 있다. 금융비용을 줄였다는 점에서 분양물량을 컨트롤할 수 있는 주도권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유치권 행사도 가능하다.
추가 공사비 확보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당장 9500억원의 PF를 통해 공사비를 확보하면 시공사 입장에선 안전할 수 있지만 추가 공사비 확보에는 불리할 수 있다.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주단이 채권자로서 PF 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할인분양이 늘어날수록 공사비 확보여지도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결과적으로 GS건설은 당장의 공사비 확보를 포기하고 금융비용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금융비용을 줄이고 자체 부담을 높인 대신 향후 사업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분양물량을 콘트롤할 수 있게 돼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는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시장에선 GS건설의 결정이 사업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서는 결정하기 힘든 부분으로 보고 있다.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면 공사비를 일부라도 확보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후분양임에도 공사비를 자체능력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조단위에 육박하는 PF를 기대했던 대주단과 주관사 입장에선 아쉬움이 컸다. 대주단 역시 MBC 부지 개발의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터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주관사 역시 주관 수수료가 기대 이하로 떨어지는 영향을 받았다.
GS건설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기저에 있고 후분양이라고 하더라도 리스크를 받아들일만한 체력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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