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 리포트]한샘, 정공법으로 부진 탈출?…재무건전성 '자신감'②리하우스 신사업 '공격 앞으로'…지난해 자산 처분으로 두배 차익
양용비 기자공개 2019-08-02 10:43:14
[편집자주]
가구·인테리어업계가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 주택 매매 경기가 경색되면서 가구공룡 이케아가 불러온 '메기효과'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이에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사업적 변화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업체별 기존 사업 및 지배구조, 미래 성장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0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엌을 바꿔 주부들이 편리하게.' 조창걸 명예회장이 이같은 포부를 내걸고 한샘의 뿌리인 '한샘산업'을 설립한 때는 1970년 9월이다. 당시엔 부엌을 새롭게 설계하거나 가구의 개념을 추가하는 것 마저 생소한 때였다.부엌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조 명예회장의 포부는 1970년대초 아파트 보급 확산과 함께 점차 현실화됐다. 이후 승승장구한 한샘은 1980년대 빌트인 주방가구 시장에 뛰어든 이후 1990년 종합가구회사로 변신에 성공하며 명실공히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1994년 조 명예회장은 지금의 최양하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최근 최 회장 체제 아래에서 한샘은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탄탄한 주방가구 사업을 바탕으로 종합가구회사를 넘어 리하우스(리모델링)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주택 매매 거래 상황에 따라 실적 기복이 심해지자 외부 환경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 실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주택 매매보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소비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당 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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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반토막난 수익성
1970년대 한샘이 주택 보급 확산에 웃었다면 2010년 후반대에는 주택 거래 침체로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285억원으로 전년(2조625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수익 지표인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05억원에서 560억원으로 60%나 급감했다.
매출 부진과 함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를 크게 줄이지 못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한샘의 매출원가율은 73%로 전년 70.9%보다 2.1%p 상승했다.
판관비 중에는 유통 채널인 홈쇼핑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지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한샘의 판관비 항목 중 지급수수료는 713억원으로 전년 554억원보다 28.7%나 증가했다.
올해 2분기 성적표도 암울하다. 한샘 별도 기준 매출(3955억원)은 전년 1분기 대비 17.7%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2억원에서 127억원으로 반토막(-53.3%) 났다.
한샘 관계자는 "가구나 인테리어 구매는 이사·신혼 비중이 높아 주택 매매 거래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시적으로 경영지표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샘은 실적을 좌지우지 하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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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속 리하우스 '정공법'…중국서도 낭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샘이 택한 카드는 리하우스(리모델링) 시장이다. 시장 침체로 움츠러들기보단 리하우스 신사업을 앞세워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에 능한 최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여실히 나타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샘의 신성장동력 사업인 ‘리하우스 사업'은 이미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리하우스 패키지'는 국내 최초로 인테리어의 표준화와 규격화를 이루고 설계에서 발주·물류·시공·AS까지 인테리어의 전 과정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한샘의 설명이다.
한샘은 인테리어 시장의 잠재 성장성을 감안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면 리하우스가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하우스 사업의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스타일 패키지 판매수는 전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리하우스 패키지 매출을 반영하는 부엌유통사업부 매출도 직전분기 대비 5.7% 늘었다. 각 사업부분 중 매출 신장은 유일하다.
한샘은 리하우스 대리점 수를 전년 말 82개에서 올해 7월 기준 207개로 늘렸다. 내년까지는 2배 수준 이상인 5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리점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형 한샘리하우스 대형쇼룸도 현재 22개에서 2020년까지 50개로 늘릴 예정이다.
최근에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멍바이허'를 비롯한 투자자에게 2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현지 사업 확장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내년엔 6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받을 예정으로, 이를 통해 한샘은 현지 매장을 현재 4개 매장에서 향후 20개 이상으로 늘려 내년엔 흑자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샘은 중국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보단 현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17년 야심차게 중국에 진출했지만 한중간 사드 갈등으로 사업 진행에 애를 먹었던 탓이다. 사업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계기였다. 한샘이 중국에서 기업명의 한자를 '한(韓)' 대신 한나라 '한(漢)'을 쓰는 것도 현지화를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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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추진 기반 '재무건전성'
한샘이 추진력있게 신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이 올해 1분기 기준 6580억원에 달한다. 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 이익잉여금(3309억원)의 2배 수준이다.
2017년 서울 마포구 상암 사옥을 매입으로 차입금이 일시적으로 늘면서 부채비율이 당시 92%까지 올라갔지만 2018년 차입금을 상환하며 다시 부채비율을 63.6%까지 끌어내렸다. 외부 차입을 최소화해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복안이다.
한샘은 2017년 상암 사옥을 1485억원에 매입하면서 비용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당시 한샘은 매입 자금은 기업어음(CP) 900억원을 발행하고, 400억원을 장기차입해 마련했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2016년 66%에서 2017년 92.21%까지 올랐다.
차입금 확대로 부채비율이 상승하자 한샘은 차입 비중 낮추기에 나섰다. 다만 영업이익률이 2017년 6.81%에서 2018년 2.91%로 감소하면서 한샘의 현금창출능력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때 한샘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유형자산 처분이었다. 한샘은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토지와 건물을 807억원에 처분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이 현금은 고스란히 단기차입금을 갚는 데 쓰였다. 작년 한샘이 상환한 단기차입금은 899억원에 달한다.
한샘이 지난해 처분한 문정동 토지와 건물은 원래 방배동 사옥에서 이전하기 위해 2013년 매입한 것이었다. 당시 한샘은 SH공사로부터 401억원을 들여 문정동 사옥 이전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2017년 한샘이 상암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문정동 사옥 부지는 유형자산으로서 가치만 남게 됐다.
문정동 사옥 부지는 결과적으로 한샘에 '효자'가 노릇을 하고 떠났다. 한샘은 해당 부지와 건물을 401억원에 사들여 4년 만에 807억원에 팔았다. 취득가액 대비 2배를 넘긴 수준이다.
한샘이 악화하는 시장 상황에도 '정공법'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성공적인 투자와 굳건한 시장 경쟁력으로 현금 곳간을 쌓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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