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을 다시 보다]우량기업의 추락, 이미지 반전 가능할까①'1조 매출·20년 흑자기업'…갑질 프레임 벗어나기 '안간힘'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5 07:43: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0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갑질 사태' 이전 남양유업을 수식하던 불굴의 수식어는 '우량기업'이었다. 약 2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굴지의 대기업들이 흔들릴 때 남양유업은 차입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면서 알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후 줄곧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건실한 기업으로 통했다.2013년 사태 이후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갑과 을'의 프레임에서 비롯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남양유업은 여기저기서 소환된다. △ 실적 부진△ 짠물배당 비판 △ 분유 이물질 루머 △창업주 외손녀 이슈 등 악재도 잇따랐다.
◇2013년 이전까지 알짜배기 우량기업…갑질 사태 이후 이미지 추락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수 차례 위기가 도래한다. 외부에서 닥치는 불가항력적인 위기도 있고, 내부에서 곪아터진 위기가 폭발하기도 한다. 기업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 발자국 도약한다. 위기 앞에 굴복하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
1964년 창립 이래 남양유업 역사를 돌이켜보면 2013년 갑질 사태만큼 기업의 근간을 흔든 위기는 없었다. 남양유업은 1994년 이래 무려 20년 동안 흑자 행진을 이어 온 알짜기업으로 통했다. 2009년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매출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내수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식품기업에 '1조 클럽' 가입은 값진 성취다.
2013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2013년 상반기까지 영업흑자를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5월 갑질파문 영향으로 그해 3분기 152억원, 4분기 75억원 가량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불매운동, 기업 이미지 추락 등의 영향으로 실적은 아직까지 2013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IMF 외환위기 당시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며 '무차입 경영' 신화를 낳았다. 이후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2013년 이후로는 '짠물 배당'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루머와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분유에는 이물질 혼입 논란이 일었고, 창업주 외손녀 이슈도 끊임 없이 세간에 회자됐다. 직접적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이 없는 이슈였고, 외손녀가 남양유업 지분을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잘못 이후 반성과 노력의 모습도 봐달라" 호소
2013년 사태는 단순한 파문이나 스캔들에 그치지 않았다. 대리점주들은 소송에 들어갔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도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남양유업에 따르면 2013년 사태 관련 회사가 고소·고발 당한 건 중재 1건, 소송 4건 등이었다. 현재 모두 종결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14년 5월 말 중재 결정에 따라 106개 대리점에 피해보상을 진행했다"면서 "소송 4건의 경우 법적 절차 진행 후 판결에 따라 20개 대리점에 배상 완료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과징금은 용두사미로 귀결됐다. 공정위는 2013년 10월 남양유업이 4년에 걸쳐 전국 1800여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했다며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다.
남양유업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7월 대법원은 "124억원 가운데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26개 품목에 대해 대리점에 재고를 강제로 떠넘겼다고 보고, 이들의 4년치 매출을 산정해 과징금을 매겼다. 대법원은 일부 강매가 있었다고 해도 남양유업이 전체 대리점을 상대로 물품 전부를 강매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남양유업이 전체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고 호도할 순 없다. 남양유업은 사태 이후 600억원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대리점주를 지원하고 피해대리점 협의회에 40억원의 위로급 지급을 약속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뒤엎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이후 회사가 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관심을 갖고 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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